원전 해체와 사용후핵연료 등 원자력 후행산업 관련 연구개발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 영구정지와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 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기술 확보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1호기 해체 관련 기술 사전 확보 차원으로 `방사화 압력용기 및 내부구조물 해체 실증시험`과 `방사화 콘크리트 구조물 해체 실증시험` 기술개발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압력용기와 콘크리트 구조물 해체 실증은 원전 해체 관련 미확보 기술 중 가장 필수로 꼽히고 있는 원격 절단과 원격 핸들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원자로 차폐벽과 구조물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내부에 있는 원자로와 내부 구조물 콘크리트 방벽 들을 원격으로 절단 해체하는 게 핵심이다. 한수원은 12월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진행하는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에도 올해부터 원전 해체 관련 연구가 연이어 공고되고 있다. 다음 주부터 접수를 받는 4차 과제 공고에는 `원자로건물 내부 구조물 방사화 평가기술 개발`과 `사용후핵연료 보관용기 온도측정 기술` 등이 신규 과제로 나왔다.
원전 내부 방사화 평가기술은 해체 작업 시 원자로 내부 구조물의 방사선 평가를 위한 전산코드를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핵연료 용기 온도측정 기술은 중소·중견기업 과제로 기술개발과 표준화를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원전 해체 분야에선 △고정밀 3차원 방사선 측정 장비 과제가, 사용후핵연료 분야에선 △저장시설 설계 최적화 △운반·저장을 위한 상용 건조장치 개발 등이 올해 상반기에 추진됐다.
이 같은 추세는 그동안 사고 대응과 안전에 치우쳐 있던 원자력 분야 기술개발 트렌드가 원전 정지 후 처리를 위한 후행사업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전 해체 관련 연구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진행해 왔지만, 효율 증대나 수출형 원전 개발, 주요 설비 국산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왔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유사시 안전성 확보와 시설 보안 쪽 연구가 중심을 이뤘다. 해체와 핵연료 관련 연구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올해부터로, 고리1호기 영구정지와 사용후핵연료 저장부지 이슈가 배경이 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해체와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관리 시점이 다가오면서 관련 연구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이후 원자로가 냉각되는 5년의 기간 동안 핵심기술 국산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