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 대형 전자매장 엠비디오의 가장 `목 좋은 자리`는 65인치 LG 시그니처 올레드TV가 차지하고 있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세계 유수 전자 회사 브랜드 가전이 즐비하다. 하지만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LG전자 가전 제품 매대 앞이다.
LG전자가 수년간 러시아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흘린 땀의 결실이다. 러시아에서 명실 공히 `국민 가전 브랜드`로 자리 잡은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있었다.
매장을 안내한 점원은 “LG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찾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면서 “LG를 모르는 러시아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골드스타(LG전자 전신인 금성사 브랜드)로 가전제품을 수출하다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를 맺은 1990년에 모스크바 지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LG전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며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LG전자가 1997년에 출시한 냉난방 겸용 에어컨은 35도에 이르는 뜨거운 여름과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을 동시에 고려했다. 추운 겨울에 자주 장보러 나가는 불편함이 없도록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냉장고, 러시아 좁은 가옥구조를 고려해 앞뒤 폭을 줄인 슬림형 드럼세탁기 등도 히트상품이 됐다.
LG전자는 러시아 현지 생산체제를 도입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지난 2006년 9월 5일 LG그룹 구본무 회장,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루자 가전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LG전자는 러시아에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최초 한국 전자 기업이다. 루자 가전공장은 약 8만3000㎡ 부지에 연간 TV 50만대, 세탁기 70만대, 냉장고 20만대, 오디오 26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대규모 생산시설이다. 지난 10년간 TV와 모니터 2000만대, 세탁기 800만대, 냉장고 450만대 등을 생산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생산량 연평균 성장률은 세탁기, 냉장고, TV 모두 30%를 넘는다.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품은 생산량이 매년 거의 50%씩 늘며 러시아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LG전자는 1998년 모라토리엄(지불유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루블화 가치 하락 등 경제 위기 속에서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LG전자가 러시아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생산, 개발, 마케팅 등에 투자한 금액은 4억달러가 넘는다. 러시아 내 LG전자 직원은 1600여명, 협력회사 직원까지 합하면 4000명에 이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앞장섰다. 러시아에서 지금까지 78회 헌혈캠페인을 진행했다. 특히 2009년부터 러시아 기업 최초로 현지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헌혈 캠페인을 펼쳐왔다.
송대현 LG전자 CIS지역대표(러시아법인장) 부사장은 “LG전자가 러시아 시장에서 국민 가전 브랜드로 사랑받기 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러시아 시장에서 좋은 제품과 서비스, 사회공헌활동 등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루자(러시아)=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