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 중소기업 피해 `눈덩이`, 신고건만 119건..하루 만에 3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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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시작된 물류 대란이 일주일째를 맞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의 선박 모형.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중소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진해운에 묶인 화물가액 16조원의 절반이 중소기업 물품으로 추정된다. 대기업과 달리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중소기업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접수된 중소기업 피해 신고도 하루 만에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피해는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6일 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 현재 한국무역협회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 사례는 총 119건에 달했다. 피해 접수 첫날 32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신고 피해 접수액도 전날 1138만달러(약 126억원)에서 4000만달러(441억원)로 늘었다. 포워딩(무역중개) 업체의 연쇄 도산 우려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중소 제조기업 T사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싱가포르와 상하이에 12만달러 규모 화물(볼트형 금형공구)이 억류됐다. 억류로 인한 추가비용만 2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해당 바이어에 공급할 제품을 최우선 제작하는 것으로 긴급 대응하고 있지만 최소 4주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억류된 화물 손실보다 납기 지연으로 인한 바이어 이탈이 더 심각하다.

피해 사례를 본격 접수한 지 이틀 만에 무역협회를 통해 신고된 피해액만 441억원을 넘었다.

한진해운에 화물을 맡긴 화주만 8300여개로 이중 신고 건수(119건)는 0.014%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진해운에 선적한 화물가액만 140억달러(약 16조원)로 추정된다. 화물가액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절반씩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에 비해 대안 찾기가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이 볼 피해는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무역업계 분석이다. 특히 국내 1위 원양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만이 운송하는 노선이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보통 수출 화물이 납기일을 앞두고 1~2주 정도 기간을 두고 도착하는 것을 고려할 때 납기 지연에 따른 바이어 이탈과 클레임이 현실화된다”면서 “2주 이상 납기 지연이 되면 포워딩 업체와 중소기업 줄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접수된 피해액은 수출 인보이스(대금청구서)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발생한 유·무형 피해까지 고려하면 우리 중소기업의 피해는 훨씬 더 크다.

중소기업은 수출입 업무 자체를 포워딩 업체에 그대로 맡기고 바이어 1~2곳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유동성에 직접 피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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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산업부 차관이 1일 석탄회관 회의실에서 주요업종단체와 수출유관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수출물류 현안 관련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포워딩 업체들은 한진해운에 채권과 채무를 동시에 보유하고 채권(운송의뢰 화물)을 보유한 업체들은 채무 상환을 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6일 해외터미널 지분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 600억원 지원과 조양호 회장 사재 400억원 등 1000억원 자체 조달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선주 등에 진 채무만 6100억원에 이른다. 1000억원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외 신용평가기구 시선도 냉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5일 한진해운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불가 결정에 대해 한국 해운·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을 위한 선제 조치로 분석했다. 하지만 한진해운 사태가 장기화되고 수출 위주인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확산시킨다면 국가 신용등급 변화까지 불러올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이번 한진해운 사태에 직접 피해를 보지 않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의 마진이 악화될 전망이다. 국내 상장 제조업 기준으로 운송 관련 비용은 매출액 대비 1% 수준이지만 영업이익 대비로는 17.4%에 이른다. 운송 관련 비용이 30% 늘어나면 영업이익률은 0.3%포인트(P) 낮아진다. 금액 기준으로는 5.2% 줄어든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현황

:한진해운 소속 선박 68척 비정상 운항 중(9/4 기준)

-23개국(44개 항만)에 컨테이너선 61척, 벌크선 7척

-싱가포르에 컨테이너선 1대 가압류, 나머지 선박은 입항 거부, 하역 거부 등

중국(17), 부산(9), 싱가포르(8), 일본(3), 미국(2), 방글라데시(2), 인도(1), 캐나다(1), 독일(1), 네덜란드(1), 스페인(1), 기타(20)

-영국 선주사 조디악, 미국 법원에 한진해운 용선료 청구소송(컨테이너선 2대, 약 34억원)

-채무현황: 한진해운이 선주 등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은 총 6100억원으로 추정(용선료 2,400억원, 하역비 2,200억원, 장비임차료 1,000억원 등)

-화주현황: 한진해운 선적 화주 8300여개, 화물가액 약 16조원(140억 달러)

<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유형별 피해 사례 (9/6, 9시 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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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 중소기업 피해 `눈덩이`, 신고건만 119건..하루 만에 3배 늘어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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