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무효심판·소송에서 새로운 증거 제출을 법원 단계에서 제한할지 여부를 놓고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 갈등이 표면화됐다. 법 개정을 준비하는 특허청이 입법부 의원과 관련 공청회를 열자 이번에는 특허변호사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 특허청은 미국과 일본처럼 한국도 법원 단계에서는 새로운 무효증거 제출을 제한하자고 주장하지만 특허법원은 사법체계 등을 이유로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등록된 특허 유·무효를 다시 따지는 무효심판·소송이 향후 글로벌 특허분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불거진 갈등이다.
◇특허청 “법원 단계 새 증거 제출 제한해야”
특허청은 무효심판·소송에서 특허심판원에 제출하지 않은 증거는 법원 단계에서 제출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심판원에 제출하지 않은 새 증거를 법원이 받아 심리하면 심판원 심결에 위법이 있는지를 따지는 `심결취소소송`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운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 단계에서는 심판원에 제출된 증거만 놓고 심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특허법에 따르면 특허무효쟁송은 반드시 특허심판원을 거쳐야 하는데 법원 단계에서 새로운 증거 제출을 허용하면 심결이 무력화되고 분쟁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특허심판원 류동현 심판정책과장은 최근 열린 콘퍼런스에서 “일부 업체가 제도 허점을 이용해 심판원에 자료를 모두 내지 않고 법원 단계에서 진짜 `승부`를 보려고 한다”며 개선책으로 `제한설`을 제시했다. 심판원 심결로 끝나지 않고 분쟁이 장기화되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이 불리해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때문에 특허청은 미국이 지난 2012년 특허법을 개정해 심판원에 모든 증거를 제출하도록 만든 것처럼 우리도 법을 바꾸자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중국 특허법은 증거 제출을 제한하고 있다. 법원 소송단계에서 새로운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법원 단계 제출을 허용하거나 중복심판을 하면 된다는 게 특허청 설명이다.
◇특허법원 “오히려 분쟁 장기화 우려”
특허법원은 현행처럼 법원 단계에서도 새 증거 제출을 허용하자는 `무제한설` 입장이다. 소송에서 새로 발견한 선행기술을 무효증거로 제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 또 다른 무효심판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분쟁이 오히려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현재처럼 법원 단계에 새 증거를 제출토록 해야 분쟁 조기 해결이 가능하고 특허법원 관할집중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특허법원 장현진 공보판사는 지난 5월 콘퍼런스에서 `미국처럼 모든 증거를 심판원에 제출하도록 하자`는 주장에 대해 “미 연방항소법원은 법률심이지만 우리 특허법원은 사실심이어서 양국 사법체계가 다르다”며 “침해소송은 증거 제출 제한이 없는데 심결취소소송만 새 증거 제출을 제한하면 두 소송 사이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특허변호사회(회장 문성식)도 특허법원 측 주장에 가세했다. 특허변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법원 단계에서 증거 제출을 제한하면 심판원 이후 절차가 사실상 무력화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앞으로 특허심판을 임의절차로 바꾸고 특허심판원 직권심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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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