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 홀대하는 나라 한국뿐"…친환경 에너지원 제도적 육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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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 뵈르너 주한독일대사관 대리대사가 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IEA DHC 국제학술대회`에서 `독일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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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 뵈르너 주한 독일대사관 대리대사는 5일 "독일은 CHP 친환경성에 주목해 신재생에너지에 준하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선진 각국이 열병합발전(CHP)을 친환경발전원으로 지원·육성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불합리한 전력 정산방식 등 제도적으로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한국집단에너지협회는 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제15차 IEA-DHC(국제에너지기구 지역냉난방분과)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와 한목소리로 CHP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CHP(Combined Heat & Power)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 공급하는 발전방식이다. 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해 석탄 등 다른 발전원에 비해 에너지생산단가가 높지만 소각열 등 잉여열을 활용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계 각국이 CHP에 신재생에너지에 준하는 지원을 제공하며 보급을 늘리고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베르트 뵈르너 주한 독일 대리대사에 따르면 독일은 CHP에 신재생에너지와 대등한 수준의 지원책을 펴고 있다. 1㎾h당 23원(1.8cent)에서 67원(5.4cent)까지 발전량에 비례한 지원금을 받는다. 현재 유럽 전력공급 12%를 CHP가 책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CHP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보급이 더디고 업계 경영난도 가중됐다.

김영산 한양대 교수는 “CHP 사업자가 생산한 열 가격은 최대 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 가격을 준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 업체가 원가에 미치지 못한 요금으로 정산 받는다”며 “전력 정산에서도 도매가격 하락과 열제약발전으로 인한 페널티 등으로 인해 생존기반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제약발전은 전력 수요가 없을 때도 난방용 열 생산을 위해 발전소를 가동해야 제도다. 최근 예비율이 높은 전력 상황을 감안하면 발전기를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김 교수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집단에너지사업자 34개사 중 21개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CHP는 에너지효율이 80%가 넘고 분산형 전원으로 송전비용 절감에도 기여하고 있지만 전혀 보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허성욱 서울대 교수도 “한국 에너지산업은 기후변화라는 큰 도전을 받고 있는데 지난 1992년 제정된 집단에너지사업법은 급변하는 CHP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법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집단에너지협회장을 맡고 있는 유정준 SK E&S 사장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이용효율이 높은 CHP를 신재생에너지에 준하는 에너지원으로 평가하고 지원·육성정책을 시행하는 추세인데 우리 사업자는 각종 규제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기웅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과장은 “집단에너지산업이 국가 에너지효율 향상과 환경개선에 기여하기 때문에 집단에너지사업자간 열거래 활성화, 국가열지도 수립 등을 통해 집단에너지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집단에너지협회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집단에너지 국제행사다. IEA-DHC 회원국인 미국, 영국,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에너지 전문가 250여명이 참석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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