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었다. 이른바 `슈퍼예산`이다. 2011년도에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긴 후 불과 6년 만에 4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7년도 예산안`과 `2016~2020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올해 386조4000억원보다 3.7% 늘려 잡았다.
지난 당정협의에서 이번 예산안 편성은 과거 증가율 수준에 맞춘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2%대 저성장 터널에 갇혀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3%대 성장을 내년에 기대하기 어렵다면 확장 예산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어떻게 개선할 지 대안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곳곳에 담았다. 특히 일자리 창출 등 복지 분야에 130조원을 투입한다. 전체 예산의 3분의 1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미래 부문의 예산 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0.2% 증가에 그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까지 매년 5~10% 증가율을 보였지만 2년째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그동안 투자에 비해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 성과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산업 부문의 예산도 마찬가지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3000억원 줄었다. 올해에 이어 2년째 감소세다. 주력 산업의 부진으로 수출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부실 업종 구조조정과 구조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부문은 내년에도 여전히 찬밥 신세다. 새로운 성장 엔진을 달고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려면 예산 재조정이 필요하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전자, 제조업 수출로 먹고 산다. 기술 경쟁력을 잃으면 수출 시장에서 힘을 잃기 마련이다. R&D나 산업 부문에 예산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물론 나라 살림을 하다 보면 경기 부양과 복지처럼 당장 필요한 예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심성 예산 등 헛돈이 되는 항목을 찾아내 재조정하다 보면 미래 부문의 예산을 늘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국회의 깐깐한 예산 심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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