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공기업들이 `물 새는` 조선업계 살리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발전소 정비사업에 조선기자재 업체 참여 문을 활짝 열고, 유연탄 수입 과정에서 우리나라 선사(船社) 이용률을 높이는 식으로 난국타개를 돕는다. 여기에 금융권까지 공조해 신규 선박 계약을 위한 금융지원도 제공한다.
29일 발전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전력공기업 5개사는 조선·해운 및 플랜트 관련 협회, 금융권과 다자간 상생협력 양해각서(MOU)를 다음달초 교환할 예정이다. 협약에는 전력공기업 5개사와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선주협회, 해양플랜트협회, 조선공업협동조합, 해양금융종합센터와 금융업계가 참여한다.
협약 내용은 전력공기업이 유연탄이나 가스 하역선박 신규 계약시 우리나라 조선사를 적극 이용하고 금융권이 선수급 환급 보장을 해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 불황으로 금융권이 선수급 환급 보장을 거부하면서 우려됐던 수주 무산 위기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전망이다.
그동안 전력공기업은 개별적으로 조선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써왔다. 그럼에도 올해 초부터는 대형 조선사까지 경영위기가 심화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의 지원 요청에 실체를 가진 지원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전력공기업들은 밸브·베어링·튜브 등 발전플랜트 주요 부품이 선박에도 동일하게 사용되는 만큼 조선 기자재 중소기업이 발전소 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발전기자재로만 한정 해왔던 납품실적 인정도 조선기자재까지 확대한다. 이를 통해 조선기자재 중소기업의 참여로 소모품 구매 채널이 늘어나고, 일부 부품에 대해선 공동연구를 통해 국산화하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날 한국전력과 전력공기업 5개사는 조선기자재 업체를 대상으로 한 합동설명회와 구매상담회를 가졌다. 이들 6개 기업은 앞으로 발주 예정인 발전소 기자재 물량 도입 정보를 공개해 조선업계가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에너지분야 기업 별로 조선업 지원책을 다양하게 전개한다. 한국남부발전은 중소 협력회사에 조선기자재 업체도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유연탄 운반시 우리나라 해운선사 이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동서발전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조선기자재 업계의 발전소 현장 적용 제품 개발을 추진한다. 다음달 1~2일에는 KOTRA와 공동으로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도 갖는다. 한국가스공사는 내년 하반기에 계획했던 LNG선을 조기 발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보유하고 있는 대형 LNG 수송선의 수리도 국내 조선소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발전공기업 한 관계자는 “터빈, 발전기, 보일러 등을 제외하면 발전소에서도 조선기자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구매상담회 등을 통해 조선기자재 제품 구매를 늘리는 한편, 발전 정비 교육프로그램으로 조선업계 구조조정 인력의 흡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