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 원로들의 쓴소리 “장기적 연구·자율성 강화”…황 총리, 조용히 들었다

과학기술계 원로들이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국가 연구개발(R&D) 혁신을 위해 장기적 연구 기반 조성과 자율성 강화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관리 체계 변화와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는 꼭 존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과기 원로들의 쓴소리를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와 조율해 개혁 정책에 조속히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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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서울대 명예교수

박상대 서울대 명예교수 등 7명의 과기 원로는 최근 황교안 국무총리와 만나 우리나라 과학기술 현황을 진단하고 활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비공개 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진 만남은 정부 R&D 혁신과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기 원로들은 우선 장기적이고 안정된 R&D 기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이현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창조적 개념 설계는 장기간 연구로 축적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장기적이고 안정된 R&D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용과 개발에 초점을 맞춘 추격형 R&D 시스템을 기초·원천기술 중심 투자 구조로 전환하고 장기 안목에서 R&D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학·연 중복 연구와 관행적인 투자 구조 우려도 제기됐다.

박상대 서울대 명예교수는 “산·학·연을 망라한 연구 컨소시엄을 통해 성과와 효율성을 높이고, 종합 관리 체계로 중복 연구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현장을 중심으로 평가제도 개선, 중복연구 해소, 안정된 연구 기반 강화 등 개선 사항에 대한 이행을 깐깐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개발자의 자율성을 높여 달라는 제언도 이어졌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는 “과학기술 투자는 많이 했지만 성과가 적다는 비판 시각보다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접근도 중요하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지 말고 연구자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연연의 관리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은 “출연연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공기업과 같은 평가기준이 적용돼 자율성과 유연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며 “전담 부처 일원화와 연구기관 특성에 맞는 관리·지원 체계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기 전문연구요원 전환·대체 복무 폐지 움직임에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권욱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연구중심대학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는 우수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제도 폐지에 따른 불안으로 우수 학생 지원이 줄고 있어 조속한 존치 결론이 나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백성기 포항공대 명예교수는 대학 개혁 정책 일관성, 신성철 DGIST 총장은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에 대한 제도 뒷받침을 각각 역설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 같은 제언을 정부 정책에 효율적으로 반영하고 과기 현장 관계자들과 소통도 지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황교안 총리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성장기회로 만드는 방법은 바로 과학기술에 있다”며 “과기 원로들과 핵심 연구자들과 소통 기회를 늘리고, 제안된 의견은 정부 정책에 조속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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