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으로 전력사용량이 사상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던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수요자원시장이 전력수급 안정에 효자노릇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에는 석탄화력발전소 1기 분량에 달하는 전력을 감축해 전력피크 속에도 절전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음이 증명됐다.
2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수요자원시장에서 시간당 최소 144메가와트(㎿)에서 최고 565㎿ 경제성 수요자원이 가동했다. 22일에는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긴급시 가동하는 신뢰성 수요자원 100만킬로와트(㎾)도 가동해 전력피크 속에도 아낀 전기의 위력을 발휘했다. 신뢰성 수요자원이 가동된 것은 올 여름 들어 처음이다.
경제성 수요자원은 절전으로 아낀 전기를 팔지만,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하루 전 거래시장에 입찰한다. 다음날 전기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공장이나 빌딩, 상가들이 미리 절약분을 정해 입찰함으로써 고단가 발전소 거래시장에서 전체적으로 시장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평상시 경제성 수요자원 전력감축량은 시간당 100㎿ 안팎 수준에 그쳤다. 500㎿ 수준까지 거래된 것은 올 여름들어 처음이고, 예년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전력거래소는 무더위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발전소는 설비 정비가 겹치면서, 수요관리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올 여름 처음으로 최대 전력피크를 경신한 8일에는 LNG 복합화력 1기 분량인 355㎿ 전력을 줄였다. 두 번째 최대피크 경신일인 11일에는 323㎿, 올해 최대피크를 기록한 12일에는 229㎿ 전력을 줄였다. 특히 10일에는 석탄화력 1기에 달하는 565㎿ 전력을 줄여 최대전력 상승세를 꺾는 역할을 해냈다.
경제성 수요자원 거래량 증가는 전력피크기간에도 절전자원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전력업계 일각에서는 폭염과 혹한기 동안 에너지 절약이 힘든 만큼, 정작 수요 감축이 필요한 동·하절기 전력피크에 모을 수 있는 절전자원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폭염과 최대 전력사용시기에도 절전에 참여하는 고객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들이 뭉쳐 전력수급 안전판 역할까지 했다는 점에 전문가들 조차 주목하고 있다. 올 겨울에도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500㎿ 이상 전력감축은 수요자원시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겨울·여름철 마다 전력위기가 우려될 때 경제성 수요자원의 활발한 시장 입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