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이 국내 에어컨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년이면 에어컨 생산을 중단했을 시점에도 주요 업체 에어컨 공장은 풀가동 중이다. 업계는 에어컨 판매량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에어컨 판매 확대는 가전유통 업계 3분기 실적 향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에어컨 판매 대수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23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예년이면 에어컨 생산을 중단했을 8월 하순에도 라인을 계속 가동 중이다.
올해 국내 에어컨 판매 대수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 2013년 200만대 기록을 훌쩍 넘어 23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르스 여파로 시장이 위축됐던 지난해 시장규모 150만대와 비교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실제로 주요 업체들 판매 실적도 호조세다. 삼성전자가 올해 선보인 신제품 무풍에어컨은 출시 200일 만에 판매량 2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LG전자 휘센 듀얼 에어컨도 지난해 대비 30% 이상 판매가 늘었다. 캐리어 에어컨 매출도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동부대우전자와 대유위니아 등도 에어컨 실적이 상승했다.
지난 5월부터 이른 더위가 찾아오며 에어컨 수요가 증가하자 에어컨 업체들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늘려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어컨 생산라인을 이달 말까지 가동한다. 양사 모두 전년 대비 4주 연장했다. LG전자는 가동률이 100%를 넘는 풀가동을 4월 4주부터 8월 3주까지만 하기로 했으나 이번 주도 풀가동 중이다. LG전자 상반기 에어컨 생산 가동률은 114.5%로 지난해 상반기 81.7%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캐리어에어컨도 전년보다 실내기 생산기간을 5주 늘리기로 했다.
올해 에어컨 판매가 급증한 것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폭염 때문이다. 올해 서울지역 기준 폭염일수는 현재(24일 기준) 25일이나 된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인 1994년 29일에 이어 최다 일수다. 지금도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기록 경신 가능성도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에어컨 판매 대수는 2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150만대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로 대당 평균 가격을 100만원 내외로 볼 때 시장규모가 8000억원~1조원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에어컨 가구 보급률은 70%에 이르지만 에어컨 수요 절반 이상이 교체 수요라 판매가 계속 늘고 있다”며 “8월 들어서도 에어컨을 구입하는 고객이 많아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국내 에어컨 판매 대수(단위:만대) >
<LG전자 상반기 에어컨 라인 가동률 추이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