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수도권 전철 2배 넘는 신분당선 요금 비싼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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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경기도 수원시 광교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매일 아침 발걸음이 무겁다.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출퇴근 시간도 그렇지만 다른 노선에 비해 비싼 출퇴근길 요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왕복 교통비만 6000원을 훌쩍 넘는다. 한 달 20일 근무 기준 출퇴근 교통비로만 12만원이 소요된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대가를 치른다. 광교와 서울 강남을 오가는 신분당선 승차가 원인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비싼 지하철 신분당선을 놓고 소비자 불만이 거세다. 경기연구원이 신분당선 연장선 이용자 2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요금이 비싸다`고 답한 사람이 81.9%에 이른다. 10명 가운데 8명이 비싸다고 답한 셈이다.

◇신분당선 연장선 얼마나 비싸기에

신분당선은 2011년 10월 28일 서울 강남과 수원 정자를 잇는 구간이 우선 개통됐다. 이어 올해 초인 1월 30일 정자와 광교를 잇는 2단계 구간이 완성, 운행을 시작했다.

신분당선 기본요금은 2350원이다. 기본요금 1250원에 900원이 별도로 부과된다. 또 5㎞ 초과 때마다 100원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강남~정자 17㎞ 구간은 2350원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후를 넘어가면 2850원이 책정된다. 그나마 신분당선 1단계와 2단계 연결 구간을 이용하면 900원 할인을 적용, 비용이 낮아진 것이다.

신분당선 요금은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하면 비용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광역버스는 광교와 강남을 2400원이면 오간다. 비슷한 구간을 오가는 신갈~선릉역 31㎞ 구간을 오가는 분당선은 1650원으로 신분당선 강남~광교 간 대비 57.8%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용자가 생각하는 신분당선 적정 요금은 얼마일까. 경기연구원 설문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광교~서울 기준 적정 요금을 2255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요금(2850원)의 79%에 해당한다. 광역버스(2400원)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신분당선 이용자가 무작정 요금을 낮춰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신분당선 적정 요금으로 대부분 2255원을 제시했고, 하한선으로 1650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8%에 불과했다. 신분당선 적정 이용 요금으로 이용자 86.7%가 2000원 이상 응답한 것은 서비스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떠안겠다는 점에서 이의가 크지 않음을 방증한 것이다.

◇신분당선 요금, 왜 비쌀까

신분당선이 기존 요금 대비 비싼 이유는 민간 자본이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1단계 구간 총사업비의 83.36%를 민간사업자의 자금과 지역 개발부담금 등으로 조달했다. 2단계 역시 사업의 73.48%를 민간사업자와 광교 개발부담금으로 채웠다. 민자가 들어간 만큼 민간자본사업자가 운용을 통해 일정 기간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다. 신분당선은 기본요금 1250원 외에 900원이 민자 운영사의 추가 수익 보전 몫이다.

광교와 판교 시민으로선 세금으로 개발부담금을 낸 것 외에도 높은 비용까지 물어야 해 억울할 수밖에 없다. 1단계 건설비 가운데 판교개발부담금 4850억원, 광교는 2단계 건설비 가운데 4519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전체 개발비의 30% 이른다.

신분당선 이용 부담은 민자와 국가 재정으로 이뤄지는 철도 건설 방식 차이에서 시작됐다.

국가재정 사업으로 이뤄질 경우 물가안정 정책에 따라 요금 결정에 제약이 있다. 하지만 민자사업 요금은 민간 투자가 이뤄진 만큼 투입 원가를 회수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그렇다고 당장 민자 사업자가 높은 요금으로 수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민간사업자가 운행하면서 오히려 적자가 늘어난 것도 요금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신분당선 이용자가 당초 수요 예측보다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신분당선 운영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처음 수요예측을 할 때보다 판교나 광교테크노밸리 완공 시점이 늦춰져서 이용자가 많지 않다”면서 “신분당선주식회사도 이용자 증대 노력을 기울이지만 적자만 늘어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민자사업 철도 운임이 높은 주요인으로는 무임승차와 환승혜택 등을 들 수 있다. 경기연구원은 민자사업 철도 운임이 높은 요인 가운데 하나로 무임승차를 꼽았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에는 국가가 무임승차 손실에 50%를 지원하지만 시·군 도시철도에는 별도의 재정 지원이 없다. 도시철도 운영사로는 재정 지원 규모만큼 승객 운임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 해 전국 도시철도 무임승차 인원은 3억9600만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승객 23억8600만명의 16.6% 수준이다. 전국지하철 운영 기관의 영업순손실 8064억원 가운데 61.2%인 4939억원이 무임승차 손실에 따른 것이다. 도시철도 운영 기관은 국토교통부에 교통시설특별회계 재원으로 무임승차 손실 지원금을 요구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환승 때마다 운임을 깎아 주는 수도권 환승할인 제도도 민자로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엔 부담이다. 무료 환승은 2004년 서울에 먼저 도입됐다. 이후 2007년 경기도 시내버스, 2008년 경기도 광역버스까지 확대됐다. 이로 인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 인천교통공사는 매년 300억원에서 2200억원에 이르는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당선 운영사 역시 여러 이유로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 재정 지원 이뤄져야

경기연구원은 요금 인하를 위해 국가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민간운영사가 수익 회수는커녕 적자가 심한 데다 지방 정부 역시 마땅한 재원도 없고, 철도사업은 공공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박용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사업자가 경영난에 봉착한 상황에서 요금 수익의 보상 없는 요금 인하 방안은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수용할 리 없다”면서 “신분당선 요금 인하에 따른 재정 적자는 철도의 공익서비스 보상 지원처럼 국가에서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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