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남경필 도지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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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05년 7월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 선거제도 개편을 전제로 총리지명권과 내각구성권을 당시 야당에 넘겨 주는 파격안이었다. 여소야대 국면이라는 현실론과 지역주의 타파라는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곧바로 거절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전통의 지지층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았다.

그로부터 9년 후인 2014년 경기도에서 연정 실험이 시작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제안했고, 야당이 수용했다. 그 결과 연정은 남경필 지사의 훌륭한 `정치 자산`이 됐다. 그를 상징하는 브랜드다. 만날 싸우는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각인됐다. 차기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암시하는 남 지사 역시 본인 홈페이지에서 연정을 부각시키고 있다. 본인의 커리어 관리에 이보다 좋은 재료는 없다. 복마전이 일상화된 정치라는 정글에서 상생과 협치 정치는 희소성을 띤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구조상으로 안착된다면 박수 받을 발전 모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예비고사는 잘 치렀지만 본고사가 남았다. 정치인 남경필이 가꿔 온 연정 브랜드가 `명품`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기로에 섰다. 그동안 조연으로 있던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실상 공동 주연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기 무대에서는 더이상 찬조 출연이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경기도의회 더불어 의원들은 2기 연정협약서에 담을 13개 의제와 36개 과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남 지사가 수용하기 어려워 보이는 과제도 여럿 눈에 띈다. 특히 여야가 민감해 하는 정치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안이 적지 않다. 도의회가 제안한 청년수당, 무상급식, 특별조정교부금 등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청년수당 문제는 서울시와 성남시를 중심으로 보수-진보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이다. 야당은 경기도형 청년수당 지급과 학교급식 지원예산 분담률 25% 확대를 주장한다.

예산과 인사권도 관심 사항이다. 야당은 의석 수만큼 특별조정교부금이 분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하기관장 인사추천권도 포함됐다. 남 지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다.

야당 측 제안은 남 지사에게 분명 새로운 도전이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측정하는 시험지다. 100점을 맞으면 그는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 지사로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연정이라는 그만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선 권한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 측 제안을 거부하면 판이 깨질 수 있다. 그의 브랜드에도 금이 간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른바 친노 세력에게 대연정은 추억이 됐다. 물론 아프고 잊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반면에 2기 경기도 연정 구성은 2017년 겨울을 준비하는 남 지사에게는 냉혹한 현실이자 기회다. 잘하면 협치의 지도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여차하면 내년 대선에 뛰어들 수도 있다. 새누리당 내 대선 기상도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탓이다. 현재로선 과거 김영삼, 박근혜 대통령 같은 확실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오십보 백보` 싸움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연정으로 성공하는 지도자가 나올지 궁금하다. 대선을 바라보는 정치인 남 지사는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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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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