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발전업계가 상반기 무더기 적자를 냈다. 국가 전체 전력이 남아돌면서 민간발전소가 생산한 전력 구매는 자꾸만 후순위로 밀린다. 연간 멈춰서 있는 시간이 가동 기간보다 갑절 더 길다. 업계에선 전력대란 같은 특수상황이 빚어지지 않는 한 도산·폐업 기업 등장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발전 공기업들이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과는 무관하게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요금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전력시장 구조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18일 민간발전업계 올해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요 6개사(포스코에너지·SK E&S·GS EPS·동두천드림파워·포천파워·평택에너지서비스) 누적 영업이익은 7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9%나 줄었다. 합계 매출액도 2조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줄었다.
매출 기준 1, 2위인 포스코에너지와 SK E&S 영업이익은 각각 82.3%, 80% 줄었고 동두천드림파워·포천파워·평택에너지서비스는 줄줄이 적자전환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최악 실적이 현실화됐다. 지난해 상반기 민간발전업계 합계 영업이익(3115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6개사 반기 영업이익 합계가 1000억원을 넘지 못한 것도 이번이 민간발전 도입 이래 처음이다. 최근 수년간 수익 악화가 지속돼 왔지만 올해 특히 부진의 골이 깊다. 업계 내부에서 사업권 반납·폐업 등과 같은 마지막 수단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2분기는 업황 부진이 극명했다. 포스코에너지(-162억원), 동두천드림파워(-326억원), 포천파워(-160), 평택에너지서비스(-60억원) 4개사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GS EPS는 100억원 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말 새롭게 가동한 바이오매스 발전소 가동에 따른 신재생공급인증서(REC) 수익이 반영된 것으로 본업에선 거의 이익을 내지 못했다. SK E&S는 영업이익 1억원을 기록해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사실상 6개 발전사가 모두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분기별 실적이 극단을 오간 것은 계절별 가동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1, 2월 동계 피크로 인한 가동률 상승으로 소폭 영업이익을 올린 뒤 전력수요가 떨어지는 3~6월 간 거의 가동 기회를 잡지 못했다.
우리나라 발전소는 발전단가가 낮은 순으로 전력시장에 참여한다. 전력수요가 떨어지면 기저발전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민간발전소는 가동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않는 구조다.
하반기에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7~8월 하계 피크로 최근 LNG발전율이 소폭 상승하며 8월 전력판매단가(SMP)가 상승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일시 개선됐다가 다시 가동률 하락으로 4분기 부진한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근 본지 분석 결과, 여름·겨울철에 비해 가을·봄 기간 전력수요는 30GW가량 적다. 원전 30기 규모다. 그만큼 전력 여유가 클수록 민간발전소에 전력구매가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해지는 것이다.
민간발전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1년에 넉 달 정도 발전소를 돌리고 나머지 8개월 정도는 노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최근 시장에 들어온 신규발전소끼리 입찰 경쟁이 심해지면서 지은 지 몇 년밖에 안 된 발전기조차 퇴물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용량요금 개편에 나섰지만 인상폭과 방안, 소급 적용 기간을 두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 이마저도 개선책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