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포털 다음에서 제공해 온 한글 맞춤법 검사기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의 공개를 철회했다. 네이버도 로마자 변환기 API를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권혁철 부산대 교수(나라인포테크 대표)는 더 이상 관련 글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16일 인터넷을 달군 `맞춤법 검사기 베끼기 논란`은 일단락됐다.
권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지난 20년 이상 개발해 판매되고 있는 한글 맞춤법 프로그램을 대형 포털이 베껴서 서비스하는 것도 모자라 API를 공개, 중소 프로그램 개발사의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는 인터넷에 맞춤법 프로그램 베끼기 논란을 불러왔다. 다수 네티즌이 다음과 네이버의 부도덕성을 지적했다.
카카오는 곧바로 반응했다. 1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다음의 맞춤법 검사기는 자체 개발한 것으로, 권 교수의 프로그램을 베낀 것은 아니다”면서도 “권 교수가 오랫동안 맞춤법 검사기 개발에 매진해 프로그램 발전에 기여해 왔고, 향후 지속적인 검색기 업그레이드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들여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고위 임원과 권 교수가 직접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교수는 붙여 쓰든 띄어 쓰든 상관없는 단어의 `일관된 띄어쓰기`, 특정 `조사`의 사용에 따른 맞춤법 유형, 특정 단어와 문장의 `오류수정 패턴` 등을 베낀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에 카카오는 2014년 7월 자체 개발에 착수해 형태소 분석기와 이를 통한 교정 데이터 확보, 엔그램(n-gram)으로 문맥 규칙 구축 등 여러 작업을 거쳐 자체 맞춤법 검사기를 완성했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권 교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엔그램 적용 등으로 검사기를 자체 개발했다는 내용은 개발자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라면서 “베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행히 카카오가 API 공개를 철회했고, 법적 구속력도 없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글을 올리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권 교수는 1991년 처음으로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를 개발한 이후 나라인포테크를 설립, 업그레이드를 지속하며 언론사와 기업 등에 판매해 왔다.
하지만 권 교수가 개발한 맞춤법 검사기와 포털의 맞춤법 검사기는 모두 국어사전과 공식 표기법 등 공개 정보를 토대로 한 서비스여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권 교수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잘못 표기한 유형(사례)을 찾아 올바른 표기 방법을 제시하는 규칙 체계화가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드는 과정임에도 유형 데이터만 갖고 있으면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베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