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지주가 신약후보물질, 수소전기차 핵심기술 개발에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과학기술지주는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 성과물 사업화 촉진을 위해 만든 회사다.
16일 한국과학기술지주(대표 조남훈)는 전문가 창업 및 지원, 중소·중견기업과 공동창업(JV), 연구소기업 설립 지원 등 투자 사례가 20여건이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지주는 2013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17개 정부출연기관이 공공연구기관 기술의 직접사업화를 위해 설립했다. 자본금 504억원으로 출발해 지난 2년간 20여개 출자회사를 설립했다. 박사급 인재가 만든 기술 기반 기업들로 기업당 평균 7억원 이상이 투자됐다.
이 중에는 성장가능성은 높은 바이오벤처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소재기술 중소기업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인 란드바이오사이언스는 설립 6개월만인 지난달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억원의 후속투자를 유치했다. 란드바이오사이언스는 대장암, 간암 등 각종 난치성 암과 대사증후군이나 당뇨병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이 목적이다.
란드바이오사이언스는 창업자인 김규찬 대표와 한국과학기술지주, 한국화학연구원이 머리를 맞대 만들어졌다. 한미약품 성공으로 관심이 높아진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가 사업모델이다.
김규찬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학박사 출신으로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연구소에서 아시아 지역 `사이언스 엠베서더(Science Ambassador)`로 8년간 활약해왔다. 사이언스 엠베서더는 해당 지역에서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은 기술과 후보물질 현황을 파악하고 개발단계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이다. 신약후보물질 발굴과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NRDO 적임자인 셈이다.
그동안 연구소기업 차원에서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도 정부출연기관이라는 한계 때문에 기술창업이나 후속투자를 통한 성장이 어려웠다. 실제로 한국화학연구원 내에도 바이오 신약 개발부서가 있지만, 대부분 국내외로 기술이전돼 창업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초박막 멤브레인 소재 기술을 개발한 코멤텍도 연구소 기술을 활용했지만, 후속 투자유치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초기 자본금을 R&D에 모두 써버려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선뜻 투자에 나서는 벤처캐피털(VC)이 없었다.
코멤텍의 기술혁신성을 알아본 한국과학기술지주의 초기투자로 인해 시노펙스(10억원),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5억원) 투자 물꼬가 터졌다. 현대기술투자의 수소펀드 투자(10억원) 이후 현대차와도 수소차 핵심부품인 분리막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신약후보물질과 수소전기차 모두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기술로 손꼽히지만, 투자위험부담이 높아 VC에서도 초기투자를 꺼리는 분야다.
공공기술 사업화를 위해 만들어진 한국과학기술지주가 초기투자로 연구개발(R&D)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후속 투자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지속적 연구개발과 성장지원을 위한 중견기업군의 관심과 인수합병(M&A)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준욱 한국과학기술지주 실장은 “재무적 성과만이 아닌 기술가치를 평가하고 장기적 성장가능성을 본는 것이 공공기술 사업화의 차별점”이라며 “연구성과 기반 창업기업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필요로 하는 중견기업군과 오픈 이노베이션 및 M&A 등을 통해 선순환 벤처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