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귀추가 주목되는 SAP-한전 `ERP 분쟁`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업체 SAP가 최근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SW 저작권 국제 분쟁조정을 요청했다. 한전이 사용하고 있는 SAP의 전사자원관리(ERP) 제품에 대해 감사를 하게 해 달라는 게 골자다.

감사는 SW업체가 공급 제품이 계약 내용에 따라 올바르게 사용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SAP는 한전이 도입 당시 제품보다 10배가량 비싼 버전을 사용하기 때문에 확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려면 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전은 감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감사 대상 내용도 다르고 프리미엄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SAP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은 SW 저작권 문제로 국내 최대 공기업이 국제 중재법원의 분쟁 당사자가 된 초유의 사태다.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간 SW 저작권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의 정품사용이 적고 불법 복제 사용이 많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계 기업이 `저작권 장사`를 한다고 불만이다. 외국계 기업은 법무법인에 SW 불법 사용 단속 권한을 위임하고 단속에 걸린 기업에 라이선스 구매와 합의금 요구에 서슴지 않아서다. 불법복제 단속에 걸린 기업의 약점을 이용해 강매를 하는 경우가 허다해 사회문제가 됐을 정도다.

국내 공기관이나 기업들의 SW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 무단 혹은 불법으로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 지불에도 인색한 편이다.

이번 SAP와 한전의 국제 분쟁조정 소송은 계약 내용이 말해줄 것이다. SAP가 요구하는 감사가 아닌 계약서에 명기된 내용에 따라 감사가 이뤄지면 그 뿐이다.

외국계 기업과의 SW 저작권 분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RP, DBMS, OS 등 주요 SW가 외국계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장 포화를 맞은 외국계 기업이 SW 라이선스 감사를 실적 만회 수단으로 연결시켜선 곤란하다.

SW 저작권을 빙자한 `갑질`은 시장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SW산업 육성 첫걸음은 SW 불법사용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진리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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