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금리 인하보다 가계대출 관리가 먼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과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배경에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한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논의 중이어서 추경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인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추경보다 추가 인하 카드를 꺼내기 부담스러워 한 이유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때문이다. 123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읽혀진다. 지난 7월 가계부채는 6조3000억원 늘었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조8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다.

한은은 지난 6월 내수와 투자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 수출이나 내수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연내에 금리의 추가 인하를 전망하는 이유다.

하지만 수출·내수 회복세가 미약하고 구조조정 등으로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금리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대신 되레 보관료를 내야 해서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운용되는 통화정책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는 유럽과 일본은 소비 대신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유럽과 일본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국회 포럼에서 통화정책보다 재정·구조조정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경기부양` 공식이 서서히 깨져 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부동산 광풍을 부채질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보다 높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기가 나쁘니 금리 인하의 조바심을 내기보단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다. 경제위기 뇌관을 사전에 없애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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