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개월여 만에 달러당 110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수출기업들은 환율쇼크로 인해 막대한 환차손을 입지 않을까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로 환율은 달러당 1095.4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10.7원 내렸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5월 22일 달러당 1090.1원 이후 1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외환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3.1원 내린 1103.0원으로 시작해 오전 10시 6분께 1100원선이 무너졌다.
올해 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부진,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2월 29일 장중 1245.3원까지 치솟아 5년 8개월 만에 1240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사이에 150원이 빠지며 원·달러 환율 급락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화 절상 속도가 빠른 상황이라 우려를 가지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면 필요한 안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14개월여 만에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이 희석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투자 심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고 봤다. 브렉시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자 영국과 일본 등에서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유동성이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올리자 원·달러 환율은 1100원선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내려갔다.
특히 환율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하향 추세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가 낮아져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어 수출이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는 양날의 검과 같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는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분기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날아갈 정도로 타격이 크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환차익으로 일정부분 영업이익 성장세를 거두기도 했다.
모 수출업체 관계자는 “IT·전자·자동차는 환율쇼크에, 조선·건설 등 수주 기업은 저유가에 시달리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말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