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적용된 홍채인식 등 첨단기술은 `의미 있는 혁신`으로 요약된다. 고동진 사장이 언팩 행사장에서 줄곧 강조한 의미 있는 혁신은 결국 `확실한 고객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다. 갤럭시노트7에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전략이 망라됐다. 삼성전자의 혁신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 다음달 열릴 `7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미 있는 혁신` 담았다
의미 있는 혁신을 담은 대표 기술로 홍채인식이 꼽힌다. 단순 첫화면 열기 용도가 아니다. 스마트폰 전체에 강력한 보안체계를 구축한다. 기존 본인인증 수단을 모두 대체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다. 갤럭시노트7에 처음 도입된 `삼성패스`와 결합해 모바일 뱅킹 보안수준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홍채인식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외 은행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선 신한·우리·KEB 하나은행과, 미국에선 BOA·시티은행 등과 손을 잡았다.
홍채인식이 확산되면 삼성전자의 기존 삼성녹스·삼성페이와 결합해 더욱 강력한 보안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갤럭시노트7에 첫 도입한 보안폴더(개인정보보관) 등의 기능이 활성화된다면 `삼성 스마트폰=보안`이라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획득할 수도 있다. 기자가 직접 홍채인식을 체험해본 결과 빠른 반응속도와 정확성을 보여 기대감을 키웠다.
새로운 S펜도 고 사장이 언팩 행사장에서 의미 있는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을 정도로 많은 진보를 이뤘다. 꺼진화면 메모·방수·필압 세분화·펜촉 지름축소·GIF애니메이션·번역·돋보기·에어커맨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손가락 터치`와 구분되는 S펜만의 근본 가치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갤럭시노트7이 제시하는 의미 있는 혁신이 세계 시장에 통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9일부터 세계 각국에 순차 출시되면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헤드폰 잭을 없애거나 모듈 형태 등 과격한 시도가 없었다”며 갤럭시노트7에 담긴 기술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미래 담았다
갤럭시노트7을 뜯어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우선 소프트웨어 강화가 두드라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혁신에 치중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메라나 엣지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에는 둘 모두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카메라는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S펜 정도가 하드웨어 체면을 세웠다.
대신 소프트웨어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갤럭시노트7에서 강화된 스마트폰 보안은 사실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처음 도입한 `삼성패스`가 대표적이다. 웹사이트나 모바일뱅킹을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보안폴더`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내에 가상 `개인금고`를 마련해주는 기술이다. 이곳을 비밀번호로 잠그면 외부인이 열어볼 수 없다. `삼성 클라우드` 역시 갤럭시노트7이 처음이다. 사진이나 영상, 애플리케이션, 연락처, 배경화면, 휴대폰 세팅을 모두 서버에 저장했다가 다시 불러올 수 있다. 홍채인식도 적외선 카메라이긴 하지만 홍채를 촬영한 이후 진본과 대조작업은 소프트웨어가 한다.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전략도 눈에 띈다. `폰플러스`로 부르는 이 전략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연결 기기를 늘려나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과 함께 새로운 기어VR와 기어핏2, 기어 아이콘X를 출시했다. 기어VR에는 USB 타입-C 포트를 장착, 게임 콘솔 등 외부기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확장성을 키워 자꾸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삼성 클라우드도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 클라우드를 통해 가전제품을 하나로 묶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패스 역시 금융권 생태계 조성과 관계가 깊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고 생태계 조성을 시도하는 것은 `하드웨어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단순 하드웨어 기술력만 가지고는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이미 증명 단계에 들어선 상황이다. 화웨이는 `5년 내 삼성을 추월하겠다`고 공언했다.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 생태계 조성은 하루 아침에 따라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드웨어와 단품 위주의 중국 제조사가 이를 추격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새로운 혁신을 준비할 시간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갤럭시노트7 판매 전망은...가격이 최대 변수
갤럭시노트7에 대한 외신 반응은 호의적이다. 미국 CNBC는 “갤럭시S6에서 비즈니스에 큰 전환을 이룬 삼성전자가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로 그 전환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삼성은 이제 애플에 필적하는 위치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런 반응이 오는 19일 제품 출시 때까지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6일 개막하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당분간 `무주공산`에서 프리미엄폰 대기수요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은 노트7 판매에 청신호다. 적수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노트7과 갤럭시S7 시리즈 `쌍끌이 전략`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9월 나올 예정인 애플 아이폰7은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아이폰7과 대화면 아이폰7플러스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각각 갤럭시S7, 갤럭시노트7과 겹친다. 쌍끌이 전략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7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이폰7이 나오기 전 한 달가량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에선 프리미엄폰 시장이 위축되긴 했지만 워낙 화려한 기술로 무장한 데다 갤럭시노트 마니아층이 탄탄해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노트7을 위한 `갤럭시클럽 2탄`이 나올 예정이어서 고객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선택약정(20% 요금할인)이 인기를 끄는 것도 노트7 판매에는 도움이 된다.
가격이 판매량을 가를 중요한 변수다. 90만원대로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1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현대증권은 하반기 노트7 글로벌 출하량이 1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미국)=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