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차이나 3.0 시대 지식재산전략도 달라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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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훈석 한국지식재산전략원장

남중국해 분쟁, 글로벌 기업 인수 등 요즘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정치·경제를 비롯한 전 분야에 걸쳐 세계로 무섭게 팽창하고 있다. 이는 지식재산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지식재산 역량은 이미 세계적이다. 지난해 출원된 특허는 100만건이 넘어 세계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2위 미국과는 거의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국제특허(PCT) 출원도 수 년째 중국 기업인 화웨이(Huawei)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 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애플은 중국이 포함된 중화권 시장에서 2016년 회계연도 3분기(3~6월) 순익이 33% 급감했다. 최근 미·중간 패권경쟁으로 촉발된 중국의 애국운동도 요인이 있지만 중국 업체의 잇단 특허 소송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몇 년 전 치열한 소송 전쟁을 치뤘던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제 각기 중국을 상대하는 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의 지식재산 변혁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된 것이 아니다. 중국인은 과거 마오쩌둥 집권 시기(1949~1976년)를 차이나 1.0, 덩샤오핑 집권부터 세계 금융 위기 시점(1978~2008년)을 차이나 2.0, 그 이후 시진핑 체제 출범부터를 차이나 3.0으로 구분하고 있다.

차이나 3.0 시대 초입인 2008년 중국 국무원에서는 지식재산권 제도 개선, 창조·활용, 보호·강화를 위한 국가지식산권전략강요를 마련했다. 이후 지식재산 중심의 강력하고 빠른 정책 추진과 함께 전리(특허)법 개정 등 법 제도의 선진화가 뒷받침되면서 국가 전반의 지식재산 역량이 급격히 신장됐다. 차이나 3.0 시대가 중국 지식재산의 황금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29%로 세계 1위이지만, 연구생산성은 1.36%로, 미국 4.31%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구생산성이 고부가가치 지식재산의 기술료 수입 등으로 산정됨을 감안할 때 질적으로 우수한 지식재산의 확보가 미미한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국내 환경에서 갈수록 강해지는 중국의 지식재산은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중국 진출 기업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중소기업부터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수행되는 연구개발에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전략 지원이 더욱 강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연구자와 지식재산 전문가가 한 팀이 돼야 연구결과물을 수준 높은 지식재산권으로 권리화할 수 있고, 경쟁 기업에 대한 대응 능력도 강화할 수 있다.

정책 지원 방식의 다변화도 중요하다. 중국에서의 지식재산권 관련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지식재산을 등록한 경우(56.8%)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77.3%)의 지재권 피해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심사 처리가 원칙인 중국의 실용신안제도 활용을 통한 신속한 실용신안권 확보가 효과적일 수 있다. 아울러 핵심 기술의 확실한 권리 확보 및 시장 진출을 위해 출원·등록·소송과 관련된 정부의 전방위적 전략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차이나 3.0 시대에 중국이 최고의 파트너가 되느냐, 최악의 파트너가 되느냐는 범 국가적 지식재산 전략 강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훈석 한국지식재산전략원장 byun3658@kist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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