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R&D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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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해 GDP 규모 세계 11위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1인당 GDP도 이제는 3만달러에 육박, 다른 선진국과 대등한 위치가 됐다.

그러나 급격한 압축 성장으로 삶의 질이 간과되고 도외시된 어두운 그림자도 없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유수 기관은 독자적 종합지표를 개발해 삶의 질을 측정한다. 우리나라 삶의 질은 2015년 기준 36개국 중 27위(OECD), 61개국 중 40위(IMD)로 경제력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것은 물질적 풍요가 삶의 질 향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사회 문제 해결 없이 여타 경제성장 노력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결실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식의 전환과, 기존에 충족시키지 못했던 여러 사회문제 해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수단으로 지능화 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심각한 저성장 시대를 먼저 겪는 일본은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으로 재난·재해〃저출산·고령화〃교통정체 및 사고 등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연구개발로 국가 R&D 정책 전환을 꾀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있는 대만 역시 정보통신기술(ICT)를 사회문제 해결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초에 미래창조과학부는 1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한 미래전략 추진 계획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사회 변화를 표현하는 가장 포괄적 개념으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국민 인식변화를 바탕으로 미래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R&D 성장 과정도 경제성장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연구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세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고, R&D 투자규모는 세계 6위다. 미국, 일본, 유럽 특허청에 모두 등록된 특허 등록 수는 세계 4위, 표준특허 보유 건수는 세계 5위가 되었다.

이런 과학기술 경쟁력의 양적 성장에도 국민행복과 직결되는 고용·교육·환경·재난·안전 등 분야에서 과학기술 역할은 크게 두드러진 게 없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 R&D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성장 동력 측면만 중시해 온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국민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하는 R&D, 사회문제 해법을 함께 찾아가는 R&D 등 과학기술의 공익적 기능을 강조하는 정책 변화 흐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개인 행복을 지켜내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건강과 생활편의성을 증진 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쾌적한 생활환경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같은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IT기술이 앞으로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에 대한 기술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과학기술로 인한 격차의 확대가 아닌, 모든 국민이 일상의 삶속에서 공유하는 행복한 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착한 기술, 사회적 약자가 ICT를 통해 배려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연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공공 R&D 의무이자 역할이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이상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shlee@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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