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기는 전자와 양성자, 이온화된 원소를 가속, 충돌시켜 물질의 내부구조를 밝히는 장치다. `꿈의 빛`으로 불리는 4세대 가속기가 준공됐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지난달 1단계 시운전을 마쳤고 오는 8월 6일부터 2단계 시운전에 들어간다.
지난 22일 포스텍 내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 2단계 시운전을 앞둔 포항 제4세대 가속기내부는 첨단 설비로 꽉 들어차 있다.
가속기 시설을 모니터링 하는 운전실을 통과하면 전자를 만들 수 있는 세계 최고 출력장치인 크라이스트론과 전력을 공급하는 모듈레이터 컨트롤러가 있다. 가속기 건물 안에는 크라이스트론이 총 50대 설치돼 있다.
가속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구리소재 가속관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총 길이는 1.1㎞에 달한다. 가속관은 전자총에서 생성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는 장치다.
1.5볼트 건전지 약 7억개에 해당하는 10억 전자볼트 에너지로 가속해 삽입장치에서 자유전자레이저를 발진시킨다.
가속관을 만드는데 사용한 구리는 총 180톤. 엄청난 양을 사용하다 보니 가속기 건설기간에 구리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랐다.
4세대 가속기를 구성하는 주요 장치는 대부분 국산이다. 전자를 생성하는 광음극 전자총, 전자를 가속하는 가속관, 에너지를 공급하는 모듈레이터, 자유전자레이저를 발생시키는 삽입장치 모두 국내기술로 개발했다.
가속기를 구성하는 주요 장치 70%가 국산이다. 외산 42종을 국산으로 대체해 거둬들인 수입대체효과는 523억원에 이른다. 약 5조4000억원 규모 세계 가속기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게 됐다.
4세대 가속기는 지난달 29일 시험운전에 들어간 지 2개월 만에 0.5㎚ 파장의 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발생시키는데 성공했다. X-선 자유전자 레이저는 3세대 가속기보다 1억배 밝은 빛이다. 햇빛의 100경배에 달해 물질의 미세구조를 나노단위까지 관측할 수 있다.
3세대보다 1000분의 1 짧은 펄스로 X-선을 방출, 1000분의 1 짧은 순간(펨토초)으로 물질을 관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3세대 X-선은 세포 내부를 3차원으로 볼 수 있지만, 4세대 X-선 레이저는 초고속 원자분자동영상을 볼 수 있다.
4세대 가속기는 앞으로 물리와 화학, 생명, 신소재 등 기초 및 응용 분야 첨단선도연구를 지원하는 인프라로 활용된다. 세포막 등 3세대 가속기로는 분석이 어려운 치매나 당뇨, 유전자손상 치료 등 질환 단백질을 실시간, 초고화질로 분석한다.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또 초고속 화학반응으로 연구가 어려웠던 광합성 현상 등을 원자수준에서 실시간 관찰, 미래 청정에너지 개발에도 쓰인다. 차세대 메모리나 센서 등 신소재는 물론 화학반응을 도와주는 촉매 활동을 분자 수준으로 분석해 수소에너지와 바이오에너지 분야 연구에도 활용된다.
고인수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추진단장은 “4세대 가속기 건설로 주요 장치를 국산화해 세계 가속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가속기가 본격 가동되면 신약과 미래형 에너지, 나노산업 분야는 물론 현재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 엄청난 연구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가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사업비 4038억원을 투입한 사업이다. 미래부와 포스텍은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 허가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종합 시운전을 실시해왔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추진경과]
2002년 10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추진안 제시
2007년 8월~11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실시
2011년 3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기본계획 수립
2011년 4월 사업 착수
2012년 8월 건물공사 시공사 선정
2014년 9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기본계획 변경
2014년 10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장치설치 착수
2014년 12월 건물공사 완료
2015년 12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종료
2016년 4월 방사선발생장치 사용허가 획득 및 시운전 착수
2016년 6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자유전자레이저 발생 성공(0.5㎚급)
2016년 8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식(예정)
2016년 12월 빔라인 데모실험(예정)
2017년 4세대 방사광가속기 이용자지원 착수(예정)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