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업 중 수출이라 하면 상품을 만들어 팔고, 건물과 시설을 건설해 주는 하드웨어(HW)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소프트웨어(SW) 수출도 시스템통합(SI) 중심 묶음 수출이라 진정한 서비스 수출로 빛을 발하진 못했습니다. 이번 원전 운영지원 계약은 40년 우리 노하우를 팔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운영지원 계약에 대해 기술 노하우를 수출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척으로 평가했다. 말 그대로 소프트파워의 수출, 국가적으로도 6억달러 이상 운영지원 수출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순수하게 우리 두뇌와 몸속에 녹아있는 경험으로 이뤄진 원전 관련 사후관리 서비스의 첫 수출이라 의미가 더 크다.
세계 원전산업계에서도 매우 독특한 사례로 꼽힌다. 지금까지 원전 특성상 대부분 국가는 자국이 운영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원전을 건설해주고 이를 그 소유국과 함께 관리하는 것은 앞으로 있을 신규 원전 시장 트렌드 변화로도 기록될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과 UAE와 관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 사장은 “원전 건설에 10년을 같이 했고 이제 다시 10년 동안 협력해야 된다”며 “국가 기반시설을 수십년간 함께 관리하는 것은 그 어떤 비즈니스 관계보다 밀접한 유대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중동 수출은 건물과 다리, 수로 등을 건설해주고 공사가 끝나면 철수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공사 이후에도 계속해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전례를 남기는 셈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관계 형성도 기대할 수 있다. UAE 원전 운영지원도 계약이 만료되는 2030년 이후, 양국 파트너십을 통한 추가 계약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남은 숙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제대로 된 운영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는 것이다. 조 사장은 돈을 벌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영이나 정비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뛰어난 기술인재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UAE 사업으로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글로벌 원전 인재를 양성해 우리나라 원전산업도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사장은 “세계 원전 건설시장은 점점 자본금 확보 문제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번 운영 지원 계약처럼 지식기반형 수출 부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