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변환장치(PCS)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들어오면 교류, 직류, 전압, 주파수 등을 변환해 배터리에 저장하거나 계통에 전송한다. 전력 품질, ESS 운전을 제어하고 정전이 발생하면 계통도 보호한다. 단순히 전류 변환을 넘어서 ESS의 머리 역할을 한다. 배터리와 더불어 PCS가 ESS의 핵심 설비로 불리는 이유다.
ESS 수요가 늘면서 PCS 시장도 성장세다. 효성·LG CNS·LS산전 등 대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데스틴파워는 지난 2012년 벤처로 출범해 PCS사업에 진출했다.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지 의심의 눈초리가 따랐지만 파란을 일으켰다. 이들 기업을 누르고 보급 실적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한전 주파수조정(FR) ESS 사업에 참여해 56㎿ 규모 PCS를 공급했고 경북 영양 GS E&R 풍력단지에도 16.8㎿급 PCS를 설치했다. 올해 1월 기준 누적 수주용량은 총 91㎿에 달한다. 업계 수위다. PCS 품질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FR용 PCS 제조사 중 공장검수(FAT)를 한 번에 통과한 업체는 데스틴파워가 유일하다.
회사는 출범부터 기술 플랫폼 기업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오성진 사장부터 엔지니어 출신이다. 지난 1995년 포스코ICT 재직 당시 포스코 선재강편공장 2.25㎿ 압연용 속도제어장치 국산화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1999년 현대정보기술에선 현대엘리베이터 벡터 제어 인버터를 국산화했다. 이후 이화전기에선 국내 최초 디지털 제어방식 UPS를 개발하고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오 사장은 현재 24명 직원 가운데 R&D 인력에 14명을 배치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81억원, 당기순이익 3억원을 올렸다. 올핸 매출 150억원, 순이익 10% 달성이 목표다.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중기 경영목표도 세웠다. ESS 제어, 마이크로 인버터 등 핵심 기술을 응용해 ESS용 PCS를 비롯한 다기능 PCS, 태양광 인버터, 연료전지 인버터, 산업용 대용량 UPS, 순간전압 보상장치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ESS PCS 분야에서 10㎾ 소용량부터 2.4㎿ 대용량까지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ESS용 PCS 시장에서 풀라인업을 갖춘 우리나라 유일한 기업이다.
태양광 인버터 사업은 PCS와 더불어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최근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500㎾급 계통연계형 태양광 인버터 시험을 완료했다. KTC 시험성적서 기준 데스틴파워 태양광 인버터 최대 변환효율과 유로효율(유럽 측정방식 효율)은 각각 98.87%, 98.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데스틴파워는 이번 시험통과로 100~500㎾급 태양광 인버터 제품군을 모두 확보했다. 지난 5월 UAE 스마트 스테이션 사업에 태양광 인버터와 ES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인버터를 수출했다.
해외 시장에서 500㎾급 저가형 시장은 경제형 제품으로 공략하고 대용량 태양광 시장은 1500V 고압 인버터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미 우리나라 최초 1500V급 제품을 개발해 한전 주파수조정용 사업에 공급 실증을 거치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와 ESS PCS를 결합시킨 일체형 제품도 출시해 수주에 성공했다.
시종규 데스틴파워 상무는 “태양광 시장은 매년 50GW 이상 유지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2020년까지 이어진다고 본다”며 “태양광 시장에서 아직까지 실적이 많지 않지만 글로벌 기업 제품과 비교했을 때 인버터 효율이나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초기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