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방송통신 `경쟁과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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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월로 따지면 8개월이고 일수로 계산하면 약 240일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선언한 이후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소요 기간이다. 지난해 11월 2일 인수 계획이 발표되고 한 달 뒤인 12월 1일 인가신청서가 공정위에 접수됐다. 이달 18일 공정위 M&A 금지까지 무려 8개월이 걸렸다. 보정 기간을 제외하고 법에서 정한 합병 심사 기간이 120일이니 거의 2배 이상을 허비한 셈이다. 최종 인허가 심사와 사전 동의가 남았지만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절차를 진행해도 실익이 없다”고 발표했으니 M&A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결정에 시시콜콜 따지고 싶지 않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많은 반박 논리가 나왔다. 유추하건대 공정위도 말 못할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결정을 뒤엎지 못할 `한 방`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다.

인수전을 둘러싼 두 진영의 속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수 진영 입장에서는 `의문의 1패`에 대해 아쉬움이 남겠지만 이미 떠나간 버스다. 행정소송이 있지만 실익일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 진영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 안도하겠지만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다. 하나를 빼앗았으니 하나를 내주어야 하는 고민도 있다.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8개월을 복기하면 “드디어 끝났다”는 시원함보다 씁쓸함이 앞선다. 인수 선언에서부터 공정위 발표까지 기업 당사자는 물론 정부와 연구기관, 학계와 로펌, 방송과 미디어 등 수많은 당사자가 오르내렸다. 때로는 주연이었고, 조연이기도 하였다. 찬반 두 편으로 갈려서 밀고 당기는 치열한 난타전이었다.

하지만 공방전이 길어지면서 모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해관계까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감춰져 있던 치부가 가감 없이 표출됐다. 대안 없이 `무조건 이건 안 된다`라는 막가파식 논리가 무차별로 흘러나왔다. 사실에 기반을 둔 주장이 아니라 주장을 위해 허위로 가공하고 포장하는 식의 얄팍한 논리가 난무했다. 양측 입장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상식 수준의 상도의`조차 여지없이 뭉개졌다. 경쟁 관계에서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조직 논리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극명하게 드러난 게 바로 사설 정보지(지라시)의 범람이다. 오히려 사실보다 사실은 아니지만 그럴싸한 내용을 담은 지라시가 홍수를 이뤘다. 자사에 이익이 되는 내용을 흘리거나 교묘하게 사실을 흐리는 이른바 `물타기`식 내용이 태반이었다. 심지어 근거 없이 특정인을 거론하며 비방하거나 음해하는 내용까지 버젓이 나돌았다. 오죽하면 정보지를 놓고 수사를 의뢰할 정도로 극단으로 치달았다. 상대 기업에 대한 배려는커녕 비즈니스를 위한 기본 상식도 깡그리 무시됐다. 시장도, 산업도, 소비자도 모두 뒷전이었다.

비즈니스에서 경쟁은 필요하다. 기업 혁신, 시장 역동성, 소비자 이익을 위한 기본 가치이자 원칙이다. 이를 위한 대전제가 믿음이다. 신뢰가 무너진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진흙탕 싸움은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기업 품격이 떨어지면 소비자가 가장 먼저 등을 돌린다. 소비자가 외면한 기업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240일 동안에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이제는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


강병준 통신방송부 데스크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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