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5세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가업승계 장수기업의 비결은 철저한 사전계획과 가족 간 기업가치 공유 노력에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업은 상속과정에서 앞장서 공익재단 설립 등 사회적 기여활동을 벌였고, 사회적으로도 합법적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18일 `해외 대기업의 승계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제도 설계 및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너나 그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기업 형태는 대부분 국가에서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가업승계과정이 원할하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제도적·환경적 정비가 필요하다.
한경연은 포드, BMW, 헨켈 등 원할한 가업승계 과정을 통해 100년 이상 장수한 해외 대기업의 상속 성공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은 철저한 사전계획을 통해 경영승계를 준비하고, 사회적으로는 합법적 승계 방안 마련을 위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포드는 포드재단에 대한 주식(보통주)출연과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했다.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다. 경영권 안정과 함께 포드재단 설립, 펀딩 활동으로 활발하게 지역사회발전과 교통, 안전 등의 투자를 해오고 있다.
또 독일의 BMW는 다양한 회사형태를 보장하는 독일의 회사법을 활용해 유한합자회사 형태의 BMW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했다. BMW는 자녀에게 직접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6년에 걸쳐 증여함으로써 상속증여세 납부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조사를 주도한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해외는 상속, 기업지배구조, 회사 형태 등 기업승계와 관련된 여러 측면에서 대기업이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 대안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승계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가업승계를 지원해주지만,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만 바라봐 규제가 많고, 이로 인해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통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이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 경영권 승계 해외 사례를 보면 기업승계 과정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거의 없다”며 “이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상속과정에서 많은 공익재단을 만들어 공익창출에 기여하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탈행위를 한 적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이 원활한 기업승계를 염두에 두고 기업경영에 대한 가문의 가치 공유 전통과 이를 유지시킬 제도적 틀도 마련하는 작업을 미리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대기업 경영권 승계 사례 분석>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