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마트폰 앱 선탑에서 알아야 할 교훈

강릉원주대 최재홍 교수(smart_phone@daum.net)

2000년대에 들어와서 10여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법정 제소와 함께 천문학 규모의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을 반복해서 받았다. 이유는 MS의 윈도 운용체계(OS) 내에 끼워져 있는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어나 미디이플레이어, 각종 서버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미국 법정까지도 PC OS의 독점력 유지 행위와 결합 판매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하고 회사 분할 등 시정 조치를 명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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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EU에서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과된 벌금으로는 기록을 경신하는 13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또다시 부과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기업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서 시정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장 큰 혜택을 본 수혜자는 구글이었다. 유럽에서 2010년 7%의 크롬 점유율이 2014년 47%까지 상승했으니 MS가 EU의 조치를 받아들인 결과 소비자 선택권을 크게 강화한 이유도 한몫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PC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가 된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구글 독점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야기된다. EU가 안드로이드폰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7년 동안의 조사 끝에 반독점 위반 혐의로 과징금 4조원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혐의 또한 MS와 마찬가지다. 구글 OS인 안드로이드를 설치한 스마트폰 대부분이 구글플레이스토어, 유튜브, 구글메일, 구글맵스, 지메일과 같은 말 많은 `선탑 애플리케이션(앱)` 때문이다. 즉 MS의 끼워 팔기와 같이 스마트폰에 끼워 들어온 앱들 때문인 것이다.

사실 스마트폰 앱의 선탑은 PC 소프트웨어(SW) 끼워 넣기보다 더 심각한 현상을 초래한다. 앱 선탑으로 인해 고객 메모리를 잡아먹고, 원하지도 않는 앱의 업그레이드나 유지를 위한 데이터를 사용하며, 수많은 앱 사이에서 앱의 탐색비용과 노동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지우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고객의 품이 들어간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이동 기기로서 모든 자원이 제한돼 있어 최적의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앱의 동작으로 인한 배터리 소진까지도 경우에 따라서는 큰 어려움을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늦기는 했지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고객에게 스마트폰 선탑 앱에 관한 선택권을 강화하고 필요 없는 앱 삭제를 쉽게 할 수 있는 개정안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4년에 시행돼 단말기와 이동통신 사업자만 지켜 오던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의 `스마트폰 앱 선탑 가이드라인`의 더욱 강력한 후속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큰돈을 들여 구매한 스마트폰 앱이나 데이터 권리가 고객에게 있음을 더욱더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은 EU의 행동과 달리 우리에게 `주한미국 상공회의소`를 통해 시행령 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강력하게 내놓았다. 과거 가이드라인이 나왔을 때도 선탑 앱의 제거는 우리나라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만 준수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앱이 보안이나 스마트폰에 영향을 주는 범주인 삭제의 대상에서 빠져나가려는 의도를 다분히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들 문제 제기에 시행령 일부 문구 수정 소식은 그들이 주장하는 “선탑 앱 제거가 보안이나 OS에 오류를 유발시킬 수 있다”라는 논리를 정당화하면서 고객 선택권을 찾아 주는 시행령으로는 사문화시키고 오히려 제조사와 통신사, 하물며 구글과 애플의 선탑을 더욱 강력하게 법과 제도로 뒷받침까지 해 주는 문제가 될 가능성까지 생겼다.

과연 소비자의 누가, 어떠한 앱이 스마트폰 OS와 충돌하면서 보안에 취약하고 앱의 제거로 인해 스마트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선별할 수 있을 것인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계속되는 스마트폰의 앱 선탑으로 발생하는 국내 관련 산업의 쇠락은 둘째 치고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필요치 않은 앱을 들고 다녀야 하는 고충과 비용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만 더 한다면 과거 MS의 끼워 팔기나 구글 안드로이드 OS에서 앱 선탑 처리와 같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EU처럼 만큼은 해 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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