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겨운 국내 경제 상황이 하반기에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실업 증가 및 소비 감소 등이 악영향을 미치는 와중에 외부로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3.1%에서 2.8%로 하향 조정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외 리스크에 따라 이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늘리고 조기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 주도로 SOC 확충을 위한 건설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국내 경제 활성화와 함께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에 부응,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건설 사업에 약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 사업`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승인으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일대에 건설될 예정인 신고리 5·6호기는 국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주요 SOC 확충 사업으로 꼽힌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공사 기간만 7년인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로, 총 공사비가 8조원에 이른다. 원전 건설에는 주기기, 보조기기, 시공 및 협력 업체 등 총 300여 업체가 참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 및 원전이 건설될 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졌다. 반면에 원자력이 국가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신규 원전 건설 단계에서 정부 주도의 대규모 SOC 투자가 집행될 뿐만 아니라 원전 건설 이후에는 원전 운영을 통해 전력을 안정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가동으로 예상되는 연간 발전량은 약 1만424GWh로, 연간 약 418만톤의 유연탄이나 1560만배럴의 석유 수입을 대체하는 연료 수입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높아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물론 신규 원전 건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만이 판단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반드시 안전이 담보돼야만 한다. 원안위는 다수호기(밀집된 원자로) 안전성, 지진 등 부지 안전성에 대해 장기간 숙고한 끝에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승인했다. 이는 원안위가 신고리 5·6호기가 오랫동안 축적된 국내 원전 건설 경험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대책을 철저히 반영한 점을 좋게 판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리히터 규모 6.9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진 자동정지 설비도 설치된다고 한다. 대형 쓰나미(지진해일)로 인한 침수에도 원전 안전시설에 전력이 정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첨단 수소 제거 설비를 통해 최악의 사고 발생 시에도 수소 폭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철저히 안전성을 검토한 끝에 원안위가 건설 승인을 결정한 만큼 신고리 5·6호기를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해야 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어려운 국내외 경제 상황을 감안,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가 적기에 착공돼 국내 경제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방주 가천대 교수(전자공학과) sooyong1320@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