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날고 있는 비행기나 빠르게 회전하는 롤러코스터. 어디에서 느끼는 스릴감이 더 클까? 경험상 롤러코스터에서 느끼는 스릴감이 더 크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롤러코스터가 비행기에 비해 개방돼 있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더 받는 것은 맞다.
하지만 비행기 평균 속도는 시속 700~900㎞에 달하고, 그에 반해 아시아에서 제일 빠르다는 롤러코스터 속도가 시속 173㎞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같은 짜릿함의 차이를 바람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람들은 최고 속력이 얼마인지보다는 그 최고 속력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 즉 가속도에서 더 큰 스릴을 느낀다. 사람들이 빠르게 가속하는데서 큰 스릴감을 느끼는 것은 뉴턴의 관성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정지해있던 우리의 몸은 계속해서 그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움직임에 따라 우리의 몸은 의도치 않은 상태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그 변화의 정도가 몸에 반영된다. 즉 자동차가 서서히 가속을 할 때에는 변화의 정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짜릿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가속하게 되면 변화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강한 힘이 몸을 뒤쪽으로 미는 것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가속의 정도에 따라 느껴지는 스릴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몇몇 자동차 마니아들은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가속할 수 있는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동차 가속도를 나타낼 수 있는 제원에는 토크가 있다. 하지만 토크는 그 개념이 어렵고 일정한 토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의 힘을 나타내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자동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량의 가속력을 나타내는 제원으로 사용된다.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기록은 2.2초다. 공식적으로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1초대의 제로백 기록을 가진 차량도 출시돼 자동차 가속력 진화의 끝을 시험하고 있다.
오로지 자동차 가속력만 겨루는 경주도 있다. 400m 짧은 직선 코스를 누가 더 빠르게 통과하는가를 겨루는 드래그레이스다. 194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경주는 오늘날엔 연간 3000회 가까이 열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래그레이스에 출전하는 자동차들은 평균 속도는 시속 400㎞에 달하며, 400m 코스를 7초안에 주파한다.
속도와 관련한 자동차 성능이 크게 발전하면서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제동시스템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를 최단 시간·거리 안에 효과적으로 급제동하는 기술과 갑작스런 위험상황이나 회전구간에서 각 바퀴를 자동 제어해 안정적인 코너링과 차체 균형감을 잡아주는 제동기술들이 일반 차량에까지 속속 적용되고 있다.
가속력이 자동차 성능이나 가치를 절대적으로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속력이 클수록 운전자의 심장박동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