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해체기술연구센터(원전해체센터) 설립이 표류하다 결국 좌초 상태에 빠졌다.
원전해체센터는 늘어날 국내 원전 폐기 상황에 대비하고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적 아래 추진한 국가 미래전략 사업이었다. 원전 밀집 지역인 부산과 울산, 경북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2년간 실시한 원전해체센터 구축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편익비용(BC)은 0.26으로 통과 기준치인 1에 크게 못 미쳤고, 정책평가(AHP) 또한 0.249로 기준인 0.5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업을 주도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하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는 방침이지만 현 정부 내 원전해체센터 설립은 멀어졌다.
사업 좌초는 원전 사업자이자 원전해체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해체기술 개발 불참이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수원 불참으로 기술 개발 추진 체계와 활용 로드맵 도출이 어려웠고, 때문에 해체기술 개발과 세계 시장 점유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비판이다.
남부권 신공항 사태 이후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가열되는 사업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느낀 것도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부산과 울산, 경북은 원전해체센터는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라며 부처 간 이견 등을 조정해 사업 재기획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년 6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는 영구정지되고 5년간 해체 준비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 해체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4개 지자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예타 없이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원전해체센터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 경험이 없어 해체 기술과 연구인력 등 원전해체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원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원전해체 기술 확보 수준이 38개 핵심기술 중 17개 정도만 실용화 가능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나머지 21개 기술은 확보하지 못해 선진국과 비교하면 70% 수준에 그친다는 얘기다.
반면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해외 원전 선진국은 원전 해체 실증시설과 독자 기술기반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은 32기 원전 중 12기의 해체를 완료했고, 독일은 27기 중 3기를 해체하고 있다.
원전 1기 해체 비용은 6000억 원 이상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에 해체될 원전은 420기에 달해 시장 규모만 100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원전해체센터와 별개로 한국생산기술원 동남본부에 `부산원전해체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하고 5년간 50억 원을 투입해 원전해체 공정 기술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관련 연구와 산업 토대를 강화해 지역 조선기자재나 해양플랜트 업체가 원전해체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