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등 고속열차가 지나다닐 때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인근 자라 양식장에 피해를 준 것으로 인정돼 배상 결정을 내린 첫 사례가 나왔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고속철도 소음·진동으로 발생한 자리 피해 배상신청 사건과 관련, 피해를 인정해 7626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전남 장성군 ○○면에서 수조와 부화실을 갖추고 자라를 양식하는 백씨는 인근을 통과하는 고속철도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으로 인해 자라가 동면을 하지 못해 폐사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고속철도 관리주체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1억2398만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백씨는 지난해 개통한 KTX로 3월부터 9월말까지 사육하는 자라 3500여 마리가 동면 부족으로 폐사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신청인의 주장에 피신청인은 2015년 5월 실시한 고속철도 운행 당시 소음·진동 측정 결과, 소음은 주간 59.2㏈(A), 야간 53.2㏈(A), 진동은 주간 47㏈(V), 야간 43㏈(V)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철도교통 소음 관리기준인 주간 75㏈(A), 야간 65㏈(A), 진동 관리기준 주간 70㏈(V), 65㏈(V) 이내기 때문에 고속열차 운행을 자라 양식장의 직접적인 피해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는 소음 세기 단위로 (A)는 사람 청각 특성을 고려해 주파수 보정을 했다는 의미다. ㏈(V)는 진동세기 단위이며 (V)는 사람의 수직감각 특성을 고려해 주파수를 보정했다는 뜻이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공사장 소음·진동과 달리 고속철도는 소음·진동 실측을 통한 수중소음도 재현이 가능해 전문가를 통해 당사자 참석 하에 직접 실측했다. 실측 결과 평상시 수중소음도는 105~112㏈/μ㎩, 고속열차 통과시 수중소음도는 129~137㏈/μ㎩을 기록했다. 고속열차가 통과할 때 수중소음도가 평상시 보다 27~35㏈/μ㎩ 증가해 자라 피해 인과관계 검토기준인 20㏈/μ㎩을 초과했다.
전문가는 고속철도 운행시 발생한 소음·진동이 신청인 양식장 자라에 동면 부족 등으로 피해를 줬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위원회는 자라 자연폐사율(10~30%), 소음·진동 수준이 법적 기준치 이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전체 피해 주장액 65%를 피해액으로 인정했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자라 등 양식장은 평소 소음·진동 수준과 고속열차 통행시 소음·진동 수준 차이가 큰 경우에도 폐사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철도시설 설치·관리자는 사전에 소음·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