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해 1월부터 저소음 가전제품 생산과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한 `가전제품 저소음 표시 인증`을 받은 가전제품은 단 1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 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상황에서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2일 환경부의 가전제품 저소음 표시 인증 내역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가전제품 중 저소음 표시 인증을 받은 제품은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버블샷(WW10H9210EW(10㎏, 저소음등급 AA)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환경부는 소음·진동 관리법을 개정해 지난해 1월부터 환경부가 제시하는 저소음 기준을 충족한 가전 제품에 한해 저소음 표시 인증을 부여했다. 가전 제품 중 소음이 가장 큰 편에 속한 진공청소기와 세탁기에 한한다.
진공청소기는 정격출력 500와트 이상 이동형 또는 수직형 전기 진공청소기가 인증 대상이다. 세탁기는 세탁 용량이 5㎏ 이상 가정용 세탁기에 한정되고, 탈수 전용 또는 업소용 제품은 제외된다.
저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가전제품이 저소음표시를 부착할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한 번 인증을 받으면 해당 제품이 단종되기 전까지 인증이 유효하다.
다만 저소음 표시 인증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효과가 거의 없다. 제도 시행 초기에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의무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에 부닥쳐 자율표시제로 시작했다.
자율 인증 제도는 시행 1년 반이 넘은 현재 인증 제품이 단 1건에 그치는 등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인증에 대한 패널티나 인센티브가 없는 한 가전기업 스스로가 저소음표시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가전업계에서는 저소음 표시 인증제도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증 제도라며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진공 청소기와 세탁기는 소음을 줄이면 제품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제품군”이라면서 “저소음 인증을 받으려면 제품 스펙을 낮춰야 하는데 이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낮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저소음 인증제도를 현행대로 운영하면서 하반기 제도 활성화 방안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가전 기업이 자율로 저소음인증을 받고 자사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저소음 인증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환경부에서는 이를 당분간 강제하거나 특혜를 줄 계획은 없다”면서 “하지만 층간 소음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하반기에 저소음 인증 제도를 활성화할 방안은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에 대처하고 저소음 인증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센티브나 패널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행 자율 인증제로는 기업이나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가전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는 가운데 별도 시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제도에 참여할 기업은 거의 없다”며 “정부가 저소음 인증 제품에 보조금을 주거나 마케팅에 활용할 별도 마크를 부여하는 등의 조치없이는 정책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가전제품 저소음기준(제60조의 2제2항 관련)
출처 : 환경부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