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새로운 수출 아이콘, 에너지저장장치(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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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클린 에너지 장관회의에 참석했을 때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방문 전까지 단순히 전기차 제조회사라고만 알고 있던 테슬라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이행 촉구(Tesla`s mission is to accelerate the world`s transition to sustainable energy)`라는 설립 목적에서 드러나듯 전기차를 넘어서는 원대한 목표를 좇는 에너지 기업이었다. 거창한 목표에 걸맞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기차 외에도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상용화해 판매하고 있었다. 테슬라의 두께 18cm짜리 가정용 ESS는 ESS가 더 이상 미래 먹거리로만 머물지 않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재 진행형인 산업임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ESS는 우리가 자주 쓰는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있게 해 주는 ESS는 단순한 원리에도 전력의 생산과 소비 모든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고 있다.

ESS는 전력 수요가 낮은 밤에 발전한 전기를 충전해 최대전력수요 때 방전함으로써 발전소 사용률을 높이고, 나아가 발전소 건설을 억제한다. 또 공장, 학교, 빌딩 등에서는 전기요금이 싼 밤 시간에 전기를 ESS에 저장했다가 낮 시간에 사용함으로써 요금을 절약하고, 정전 시에는 비상전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발전에 ESS를 연계시켜서 필요 이상으로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함으로써 신재생발전의 효율성과 경제성도 높일 수 있다.

이렇듯 기능이 다양한 ESS는 매년 세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2020년에는 현재 10배 수준인 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힘입어 우리 기업도 2020년까지 ESS 분야에 4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ESS 시장을 선점해 ESS가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과감한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시장을 육성하고, 국내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ESS를 비상전원으로 인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5월에는 대형 공공건물에 ESS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앞으로는 ESS 저장용 전기에 10년 동안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저장한 전기를 주변 건물 등에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풍력에 이어 태양광에도 ESS를 설치하면 높은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할 계획이다. 한편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다양한 실증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 확대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팀을 이뤄 해외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신기후체제발 에너지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ESS를 새로운 수출 효자 산업으로 육성, 우리 경제의 퀀텀 점프를 또 한 번 기대해 본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michael@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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