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배터리 쓰는 중국 전기차 업체 첫 생산 중단

중국 유력 전기차 업체가 국산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 모델의 생산을 돌연 중단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단 전기차에 보조금 지원을 끊겠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이어서 한국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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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원통형 이차전지 2944개가 장착된 JAC모터스의 소형 크로스오버(CUV) 전기차 `iEV6S`.

11일 삼성SDI에 따르면 중국 장화이기차(JAC)는 최근 생산 중인 소형 크로스오버(CUV) 전기차 모델 `iEV6s`의 생산을 중단했다. `iEV6s`는 대당 23만4000위안(약 4000만원)하는 JAC 유력 전기차 모델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2만대 이상 판매됐고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베이징자동차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JAC가 생산을 중단한 것은 중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판매 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다.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지난해 5월 중국 내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받도록 했다. 지난달까지 총 네 차례 진행된 인증 평가에서 삼성SDI와 LG화학은 인증 획득에 실패했다. 중국 업체 말고는 이 인증에 통과한 업체는 한 곳도 없는 상태다. 이들 한국 업체는 올 하반기 예정된 5차 인증을 준비 중이다. 인증 획득에 실패한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해서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한 적도 없다. 하지만 완성차 제조업체로서는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삼성SDI 측은 “중국 JAC가 최근 중국 정부가 실시한 배터리 인증을 받지 못한 이유로 자사 배터리를 채용한 `iEV6s` 생산을 중단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인증평가가 계속 있기 때문에 종전의 공급관계를 회복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JAC의 해당 모델에 원통형(규격 18650) 소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계약을 맺고 천안사업장과 중국 톈진법인에서 월간 수백만 셀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JAC는 iEV6S 6세대 모델부터는 중국 배터리를 쓰지 않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검증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했다. 유럽 시내 주행 기준(NEDC)으로 251㎞ 인증까지 받았다. 삼성SDI 원통형 전지 2944개를 장착한 배터리 용량은 33㎾h로 85㎾ 최대출력과 270Nm 최대토크 모터가 실렸다. 시속 100㎞ 도달시간 11초 등 배터리 성능으로 이미 중국시장에서 인정받은 모델이다.

업계는 JAC모터스의 생산 중단에 대해 사드 배치와도 관련 지어 생각하는 분위기다. 삼성SDI가 모범규준 인증 획득에 실패한 것은 지난달인데 JAC모터스가 생산을 중단 한 것은 지난주 말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공식 발표된 건 지난주 금요일이다.

한편 JAC 이외 국산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차 생산 중단 소식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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