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탈출구 없는 `OTT 서비스`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와 크롬캐스트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영향력은 미미하다. 글로벌 OTT 1위 사업자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가입자는 약 5만명 수준이다.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하면 낮은 성장률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는 유료방송을 해지하게 만드는 `코드커팅` 현상을 불러일으킨 기업이었다. 넷플릭스는 8100만 가입자를 둔 세계 1위 OTT 사업자다. OTT는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뜻한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많은 OTT사업자가 국내 방송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명 `OTT의 무덤`으로 불린다.

◇OTT 서비스 왜 안 되나

미국에서 OTT사업자가 기존의 유료방송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요금 경쟁력이다. 미국은 케이블방송을 시청하려면 매달 100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7.99달러에 서비스되면서 돌풍을 일으킨 배경도 가격 경쟁력이다.

반면에 한국 유료방송 시장은 미국과 비교할 때 가입 요금이 저가다. 국내 유료방송 요금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미 아주 싼 비용으로 방송 콘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로 옮길 필요가 없다. 국내 케이블TV 아날로그 서비스는 월 5000원 안팎의 가격으로 제공된다.

디지털케이블TV, 위성방송 서비스 가격은 평균 월 8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TV(IPTV)는 전화나 인터넷 서비스와 결합해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더 싼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에 넷플릭스 한 달 요금은 약 1만원대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국내 유료방송 가격이 1만원도 안 되기 때문에 OTT의 가격 경쟁력이 우리나라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서 “국내에서 OTT는 코드커팅 현상을 일으킬 만큼 매력을 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OTT의 콘텐츠 파워도 약하다. 기존의 유료방송 가입자들은 월 1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지상파, 케이블 등 다양한 방송을 접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볼 수 있는 국내 콘텐츠가 제한된다. 굳이 유료방송 요금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OTT를 볼 이유가 없다.

◇국내 OTT 시장 현황

대부분의 국내 OTT사업자들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유료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는다. 고객 1인당 평균 수익(ARPU)이 낮고, 광고 수입도 높지 않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케이블TV 등 기존의 유료방송사업자가 가입 고객으로부터 벌어들이는 ARPU는 9718원으로 영세한 수준”이라면서 “OTT의 ARPU는 이보다 더 열악한 860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전체 OTT 매출액을 가입자 수로 나눈 수치다.

국내 OTT 사업자로는 지상파TV 방송을 제공하는 `푹(POOQ)`, CJ 콘텐츠 중심의 `티빙`, SK브로드밴드 `옥수수`, KT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 `비디오포탈`, 현대HCN `에브리온TV`, 프로그램스 `왓챠플레이` 등이 있다.

유료 가입자가 적다 보니 OTT 사업자의 수익 구조는 유일하게 광고뿐이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OTT 사업자는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 수익 기반이 불안정해진다”면서 “아직 OTT사업자가 순익을 내는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OTT사업자, 이어지는 도전

OTT 사업에 좋은 환경이 아니지만 OTT사업자는 계속 도전하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 딜라이브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딜라이브 측은 `하우스 오브 카드` 등 국내에서도 팬을 많이 확보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진 넷플릭스와의 제휴는 OTT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했다. 딜라이브 자회사인 드라마 제작사 IHQ와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를 공동 제작,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딜라이브는 넷플릭스가 적극 투자하고 있는 초고화질(UHD) 콘텐츠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연말까지 UHD 셋톱박스 상용화를 논의하고 있다. 딜라이브 자회사 IHQ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IHQ는 넷플릭스의 주요 제작사로 참여하는 것과 K드라마의 글로벌 확산을 위한 세부 전략을 추가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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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브가 넷플릭스 영상을 볼 수 있는 OTT셋톱박스 `딜라이브 플러스`를 출시했다.

올해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최대 단점으로 꼽혀 온 국내 콘텐츠를 대폭 강화한다. 지난달 30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최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한국에서 자체 제작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하는 국내 콘텐츠 여러 편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 배두나 주연의 `센스8` 시즌2를 서울에서 곧 제작할 계획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박경림씨가 MC를 맡은 서바이벌쇼 `얼티밋 비스트마스터`, 국내 드라마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 월드` 등은 촬영에 들어가 있다.

무료 OTT `에브리온TV`는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되 볼거리는 늘리고 있다. 최근 중국국영방송 `CCTV`와 베트남 문화채널 `NET VIET` 채널을 신규 오픈했다. 에브리온TV는 지속해서 해외 채널을 늘리고 있다. 연내 THVL, 트루비전 등 태국 채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관련 채널까지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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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온TV는 지속적으로 해외 채널을 늘린다. 연내 THVL, 트루비전 등 태국 채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관련 채널까지 확대한다.

이동통신 3사도 OTT 콘텐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옥수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 뷰티 프로그램 등 자체 제작 동영상을 늘리고 있다. 올레tv모바일 또한 드림웍스 채널과 단독 계약하는 등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비디오 포털은 뮤지컬, 공연 VoD를 최근에 내놓았다.

◇OTT, 모바일 동영상이 대세

국내 사업자는 상황은 어렵지만 결국 모바일 동영상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모바일 트래픽에서 영상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디어조사 기업 KBCB (2015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트래픽에서 영상 비중이 2012년 50%에서 2014년에는 55%로 증대했다. 미국의 모바일 기기 하루 평균 영상 이용 시간도 지난 2010년 5%에서 2015년 29%로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라베이스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13년 1490억원에서 2016년 3069억원, 2019년 6345억원, 2020년 7801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물론 현재 순익을 내는 OTT사업자는 없지만 장기로 볼 때 사람들은 집 안에서 TV를 보지 않고 전부 모바일로 TV를 보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궁극으로는 OTT 미래가 밝다”고 낙관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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