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간혹 축사, 오폐수, 분뇨 처리장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릴 때가 있다. 이들은 지역 마을에서도 혐오하는 시설로, 때로는 해당 시설 이전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한다. 정부는 이런 지역 혐오시설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련 이익이 주민에게 돌아가는 해법을 구상했다. 시범사업을 넘어 이제는 에너지 수출 플랫폼으로 각광 받고 있는 친환경에너지타운 얘기다. 올해부터 본 사업 착공이 줄을 이으면서 친환경에너지타운 사례는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가 올해를 친환경에너지타운(이하 친환경타운) 확대 원년으로 삼았다. 2014년 홍천(강원), 광주, 진천(충북)을 대상으로 수행한 시범사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이후 전국 확대를 위해 본 사업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7일 각각 순천(전남), 하동(경남), 아산(충남) 친환경타운 착공식을 가졌다. 순천과 하동은 산업부, 아산은 환경부 주도로 각각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안산(경기), 남해(경남), 청주(충북), 경주(경북), 영천(경북), 양산(경남), 김제(전북)와 함께 10개 본 사업 대상지로 꼽힌 곳이다.
친환경타운은 환경기초시설 등 지역 님비(NIMBY) 시설에 주민 수익 개념을 가미한 신재생에너지를 설치, 주민 소득을 창출하고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모델이다.
초기 구상에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 △신규 에너지 설비에 대한 지역 반감 △지역 혐오시설 갈등 해소 △귀농·귀촌 현상 △줄어드는 농어촌 수익 등 배경이 있었다. 지역 반감을 누그러뜨리면서도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하고 고령화 사회에 따른 귀농 인구의 수익원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라는 명칭이 처음 공식 자리에서 언급된 것은 2014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장에서다. 이를 기점으로 환경부가 강원도 홍천 지역민들과 함께 폐기물을 바이오가스 및 비료로 재활용하려던 프로젝트가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첫 삽을 떴다. 2년 만에 홍천은 친환경타운의 모범 모델로 평가받으며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표명하는 지역이 됐다.
공사에 들어간 순천, 하동, 아산 역시 `혐오시설의 에너지화` `주민 소득 향상`이라는 기본 키워드를 따른다.
순천 사업은 `화장장 마을`에서 지금은 `햇빛마을`로 불리는 `야흥마을` 주민들이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에 참여한다. 80여가구의 지붕과 버스정류장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집안과 도로를 밝힌다. 처음에는 추모공원 사업을 반대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환경과 에너지라는 일석이조를 위해 친환경타운 사업을 적극 주도하고 있다. 순천시는 1단계로 화장장·축사 집중 지역에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2단계로 농산물도매시장·폐기물매립장에 태양광을 설치할 예정이다.
하동군은 한센인 마을 악취 주범인 폐축사를 철거하고 주민 참여형 태양광 단지를 운영한다. 한센인 마을 40가구에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태양광 33㎾, 지열 87㎾ 설비가 설치된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 및 질병관리본부 등과 함께 간이양로원 시설, 하수도 정비, 골목길 확장 등 주거 개선 사업도 진행한다. 지열을 이용한 시설하우스 난방에너지 공급으로 아열대 작물 재배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아산시는 폐열 재활용을 중심으로 한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소각장 폐열을 세탁공장으로 공급하고, 바이오가스 발전 폐열로 곤충 사육용 유리온실을 운영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990여㎡(300평) 규모의 곤충바이오 유리온실과 1980여㎡(600평) 규모의 파프리카 재배용 유리온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른 본 사업 대상지도 연내에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사업이 본격화되면 약 9만톤의 온실가스 감축과 60여명의 지역민 직접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타운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그림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016년도 신규사업지로 인제(강원), 음성(충북), 보령(충남), 완주(전북), 제주(제주), 서산(충남) 6곳을 추가 선정하기도 했다. 이들 6개 지역은 기본계획 준비기간을 거쳐 2~3년에 걸쳐 조성할 예정이다. 신규 사업지는 기존의 환경기초시설 신재생단지화에 더해 △폐교 등 유휴 시설을 활용한 주민공동시설 조성 △발전소 온배수 활용 등으로 응용 사례를 넓혔다.
사업 형태도 지금까지는 혐오시설 전환에 비중이 높았다면 점차 주민 소득 증대와 함께 파생 산업이 가능한 방향으로 힘을 싣고 있다. 이제 신규 지역 선정 과정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높은 곳을 발굴·선정하고 있다. 일부 사업은 지역 내 산업 활동과 주민 소득 창출에 직접 기여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보강해 추진할 계획이다. △시설하우스 지열 공급, 고부가 작물 재배(하동) △폐기물가스화발전 발생 배열을 주민 운영 식물공장에 공급(남해) △폐활성탄재생센터 발생 배열을 주민편익 시설에 공급(안산) 등이다.
이와 더불어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신재생체험관을 설치하고 인근 문화관광 시설과 연계한 누리길, 생태체험장, 식물공장 등을 조성해 관광 수익 모델도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수출 가능성도 엿보인다. 폴란드와는 폐광, 매립장을 활용한 친환경타운 모델의 현지 진출에 합의했다. 에티오피아에는 전력과 물이 부족한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친환경타운은 시범사업에서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 마을 소득 향상, 일자리 창출, 농촌관광 활성화까지 1석 5조 효과를 보여 줬다”면서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 한국형 모델을 구축하고 수출 확대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산업부·환경부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