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6개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 4년간 조사 끝에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은행은 `당연한 결과`라며 공정위 결정을 환영했다. 공정위는 `무리한 조사`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공정위는 6일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SC 6개 시중은행 CD 금리 담합 혐의와 관련 “사실 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사무처는 6개 은행이 2009년부터 최근까지 CD 금리를 `금융투자협회에서 전일 고시한 수익률` 수준으로 발행(이하 par발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이 상당 기간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가계대출 금리를 정해온 만큼, CD 금리를 높게 유지해 많은 이자수익을 거뒀다는 주장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6개 은행 par발행 비율 평균이 2007~2008년 46%에서 2009~2015년 89%로 높아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은행이 발행시장협의회(은행채 담당자 간 모임) 메신저에서 CD 금리 관련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유사상품인 은행채와 비교할 때 발행행태, 금리변동 추세 등에 차이가 있는데 이를 시장 상황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지만 공정위 상임위원들은 전원회의를 거쳐 “심사관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공동행위 합의를 추정하기 위한 외형상 일치, 상당한 개연성을 판단하기 위한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상임위원들은 은행 간 CD 발행 시점 격차가 최대 3년 9개월로 크고, 은행 사이에 평균 par발행 비율 차이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메신저 대화에서는 합의 관련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메신저 대화에서 CD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만, 담합 관련 대화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 주심을 맡은 김석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심의절차 종료는 처벌 대상이 안 된다는 점에서는 `무혐의`와 같지만 (정확하게는) 제출한 자료만으로 합의를 했는지 확인하기 힘들다는 얘기”라며 “혹시 확정적 증거가 어떻게 해서든 나타난다면 (사건을) 또 다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공정위 결정을 환영했다. 공정위가 혐의를 입증했다면 은행들은 대규모 과징금과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금융소비자원은 자체 분석으로 CD 금리 담합 피해자가 500만명, 피해 규모가 4조1000억원에 이른다며 집단소송을 준비해왔다.
공정위가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리며 `무리한 조사`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2012년 7월 사건 인지 후 무려 4년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CD 금리 결정 자체에 여러 경제 주체가 얽혀 있어 봐야 할 자료가 많았다”며 “많은 국민 상황과 관련돼 있어 보다 면밀하게 조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