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생아 자녀를 둔 주부 A씨는 코웨이 얼음정수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 코웨이 제품 수리기사가 가정을 방문해 고객 보은 의미로 제품을 업그레이드 해주겠다며 부품을 교체해주고 갔다. 하지만 코웨이 얼음정수기 니켈 검출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A씨는 제품 업그레이드가 아닌 중금속 검출 부품을 교체한 것을 알고 분노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얼음정수기 중금속 검출` 사태에 휘말린 코웨이는 해당 정수기 사용 고객에게 부품을 교체해주면서 중금속 검출 여부에 대해 함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품 교체를 시행한 설치 기사 조차 본사 방침에 따라 부품을 교체했을뿐 자세한 영문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는 지난해 7월 자사 일부 제품 내부 부품이 박리돼 니켈 등 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 인지했다. 이후 즉시 해당 제품 사용고객을 대상으로 사전 점검과 AS기사 방문, 입고 수리, 제품 교환 등 조치를 취했다. 코웨이는 지금까지 8만7000여개 계정 중 97% 이상이 개선 서비스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품 결함이 1년 전에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부품 교체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건강과 웰빙`을 지향하는 코웨이 기업 윤리가 지적받고 있다. 대다수 설치기사는 고객 보은을 위한 제품 업그레이드 등으로 부품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중금속 검출 얼음정수기를 사용한 한 사용자는 “코디(필터 관리자)가 아닌 설치 기사가 방문해 별다른 설명 없이 부품을 교체하길래 일상적인 제품 관리 일환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다방면의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해당 정수기 음용수에서 발견된 물질이 인체에 무해함을 확인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자 우려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통상 정수기 업계는 핵심 부품인 에바(증발기)에 스테인리스를 사용한다. 문제가 발생한 코웨이 얼음정수기 3종은 구리에 니켈 도금 처리를 했다. 얼음을 제조할 때는 급격하게 온도를 낮췄다가 얼음을 생성한 후 이를 아래로 떨어뜨리기 위해 30도 가까이 온도를 높인다. 짧은 시간 안에 온도 편차가 커지다 보니 도금 부분이 결국 벗겨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코웨이가 소재 변경을 선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웅진 계열사였던 코웨이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되면 아무래도 제품에 대한 투자보다 이윤을 많이 내기 위한 비용 절감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며 “스테인리스보다 저렴한 구리 소재와 니켈 도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조사의 비용절감 노력이 건강을 위해 정수기를 선택한 소비자 기대를 저버릴 수 있다는데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폭스바겐, 쿠쿠전자, 코웨이, 옥시 등 일련의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징벌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제조물책임법, 징벌적 손해보상 등 보다 강력한 제조기업 제재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