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보고서 SKT에 발송…경쟁 제한성 검토 결과 포함된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200일 넘긴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를 마무리했다. SK텔레콤이 수용하기 어렵고 복잡한 조치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세부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전제했지만 공정위의 심사 내용이 예상보다 까다로워 당혹감이 역력하다. 최종 인허가권을 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된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경쟁 제한성 검토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에 발송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1일 공정위에 M&A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지 217일 만이다. 심사보고서에는 양사의 합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4~5면
공정위는 SK텔레콤의 이의 신청을 받은 후 전원회의에서 최종 의견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는 2주가량 걸린다. 심사보고서를 확정하면 이를 미래부와 방통위에 전달한다. 사전에 의견 조율이 이뤄지는 데다 기업이 빠른 심사를 원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 시점이 당겨질 수도 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 1위 사업자가 결합하는 통신·방송 사업자 간 기업 결합이 전례 없는 일이어서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 검토에 7개월을 소요했다.
공정위와 SK텔레콤이 함구하는 가운데 심사 보고서에는 당초 알려진 `특정 방송권역에서 가입자 점유율 제한(60%)`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 내용을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개별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공정위 심사 내용에 따른 향후 추이에 대한 분석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인가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조건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시장의 시선은 미래부와 방통위로 쏠린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만 판단할 뿐 최종 M&A 인허가권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갖는다. 방통위가 케이블TV 합병 건에 대해 `사전 동의`를 하면 미래부가 공정위 의견까지 종합해 최종 결정한다.
공정위와 달리 두 부처는 합병 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합병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해 12월 신청서류를 받아 검토를 마쳤기 때문에 공정위의 자료만 넘어오면 미래부 절차는 오래 안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불허 수준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미래부와 방통위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과거에도 공정위가 강력한 인가 조건을 내걸었지만 최종으로는 관철되지 않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하나로텔레콤 합병 당시 800㎒ 주파수 대역 독점 사용 해소 방안을 요구했지만 최종 인가 조건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무처의 심사안은 전원회의에서 내용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공개는 맞지 않다”라면서 “지금까지 공정위가 심사보고서 내용을 공개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