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투자유치에 나선 메신저 개발사 E사는 최근 노심초사다. 당초 1억2000만원 투자 펀딩에 나섰지만 마감 7일 전인데 아직 목표액의 20%도 미처 모금이 안됐다. 목표액의 최소 80%를 조달하려던 계획에 한참 모자란 수치다.
#사물인터넷(IoT) 센서 업체 N사는 운영자금 2억원 투자유치에 나섰지만 마감 나흘을 남기고도 1% 밖에 모집되지 않았다. 방송까지 출연하며 회사를 알렸지만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도입 6개월 만에 주춤거리고 있다. 투자 성공률과 공모금액, 공모 회사 숫자 등 크라우드 펀딩 성공을 알리는 지표가 초기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6개월째 접어들면서 성장 추진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크라우드넷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61.5%에 달했던 크라우드투자 펀딩 성공률은 지난 5월 60%, 6월 53.8% 등으로 낮아졌다. 모집기업 12곳 가운데 6곳만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모집금액도 4월 50억원에서 지난달에는 19억원으로 4월 대비 60%가량 줄었다. 모집 건수도 4월 26건에서 지난달 13건에 그쳤다. 제도 도입 초기 3개사에 그쳤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운영업체인 소액투자중개사업자는 지난 4월 이후 11개로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중계사업자는 늘었지만 되레 투자성공 수치는 모두 하락한 셈이다. 일부 사이트는 아직 프로젝트 1건도 성사시키지 못했을 만큼 준비 상황도 미흡하다.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인크 등 초기에 진입했던 기업들이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업계 종사자들은 지난 5월 이후 크라우드펀딩 성공률이 낮아진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자수와 투자한도 등 정책적 한계 요인을 꼽았다.
우선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초기여서 투자자가 적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속성상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는 사람이 주를 이뤄 투자자 층이 적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크라우드펀딩으로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는 2000명이다. 이 가운데 90%인 1800명이 일반투자자다.
한 크라우드펀딩플랫폼 업체 대표는 “일반투자자 1800여명이 그동안 참여했다는 것은 제도를 이해하는 얼리어답터가 참여했음을 의미한다”며 “1차적으로 투자한 얼리어답터는 한계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일반 개인투자자의 경우 2~3곳 정도에 투자하면 투자한도 상한에 다가서기 때문에 추가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 신규 투자자 없이는 하반기 투자 성사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 상한선으로 시장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투자 회수 시장 필요성도 역설했다. 다른 플랫폼 업체 대표는 “투자금 모집 기업이 스타트업과 벤처로 이뤄져 당장 어떤 수익률을 낼지 알 수 없는 구조여서 투자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회수시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크라우드펀딩 이해도가 낮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십시일반으로 스타트업과 벤처를 돕고 투자성과를 나눌 수 있는 좋은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아직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범국민적인 알리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 월별 투자 성공 추이>
<월별 투자자 추이>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