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경대 내 부산창업지원센터에 재창업 기업인 20여명이 모였다. 30대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40~50대다. 부산 외에 경남과 경북 포항 등 원거리에서 온 기업인도 있다. 목적은 `재창업 성공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재창업 기업인들은 `재창업`에 담긴 의미처럼 저마다 다양한 경험과 이력의 소유자다.
올해 51세인 한영환씨는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였다. 그는 목 좋은 상권, `갑질`하는 병원에 휘둘리는 것에 회의를 느껴 접었다.
“내 의지와 노력으로 평가받는, 보다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그는 7년여를 준비한 끝에 재창업 기업 `한정에너지`를 설립했다. 풍력발전 블레이드의 회전 궤도를 겹치게 설계하는 기술로 풍력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항력 이용 풍력발전 시스템`을 개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경원씨는 한 때 매출 30억원을 올린 수처리업체 사장이었지만 마케팅 등 운영 미숙으로 회사를 접어야 했다. 그는 수처리 노하우를 살려 살균과 여과 전문 환경기업 `크리스탈랩`을 재창업했다. 창업 아이템은 요오드화은(AgI) 코팅볼로 냉온수기 등 물을 담은 기기에 투입하면 물을 여과하는 동시에 기기도 살균할 수 있는 제품이다.
조영준씨는 과거 마일리지, 포인트 등 온라인 사이버머니 거래 사업에 종사했다. 출혈 경쟁으로 회사 경영이 정체되자 재창업에 나서 온-오프라인(O2O) 연계 뷰티 서비스 업체 `커플러`를 설립했다. 커플러는 온라인에 O2O뷰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푸드트럭를 벤치마킹한 뷰티트럭 운행을 결합했다. 온-오프라인으로 화장품과 할인 쿠폰, 뷰티 정보를 제공한다.
`끄레블코리아`를 재창업한 김영아 대표는 과거 20년간 미술학원을 운영한 원장 출신이다. 입시 위주 과외 교육에 출생아 수 감소로 학원생도 계속 줄어들자 결국 학원 문을 닫았다. 가사에만 전념할 수 없던 처지여서 미술분야 전공과 관련 교육 경험을 살려 다시 창업에 나섰다. 끄레블코리아는 블록완구에 스마트폰 스캐닝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대형 마트에 입점해 아동복 코너를 운영하다 접은 김철수 씨는 전부터 눈여겨봐 온 산모용 사은품 틈새 시장을 타깃으로 `시앤아이`를 재창업했다.
재창업 성공 캠프는 중소기업청이 `재도전이 원활한 환경조성`을 위해 마련한 우수(예비)재창업인 전용 지원 공간이자 프로그램이다.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기업인이나 소상공인 중 유망 아이템을 확보해 재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재창업한 지 3년 이내인 자가 지원 대상이다.
선정된 재창업인은 창업 공간과 함께 재창업 교육에서 멘토링, 사업화까지 패키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제품 제작과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는 평균 3200만원(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도 제공된다.
중기청은 지자체와 협약 아래 서울과 부산 2곳에 캠프를 설치 운영한다. 서울은 지난 30일 역삼동 팁스타운에, 부산은 1일 부산창업보육센터(부경대)에 각각 개소했다. 원하는 지역에서 교육을 받고 입주 등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부산 재창업 성공 캠프는 부산경제진흥원이 운영을 맡았다.
김윤일 부산시 신성장산업국장은 “올해 초 중기청 패키지형 재도전 지원사업을 확보했고, 지난해에는 중기청과 공동으로 중진공 부산본부 내에 재기 중소기업인을 위한 재도전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했다”며 “재창업 성공 캠프와 부산시 각종 창업지원사업을 연계해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고, 이를 선순환 창업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