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다단계 판매원 상당수는 제품 판매가 아닌 `본인 구매`로 후원 수당을 받는 직급에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 휴대폰을 판매하는 IFCI에서 후원 수당을 받는 최소직급 `브론즈` 취득자 80%가 본인 구매로 자격을 얻었다.
공정위는 브론즈로 승격한 다단계 판매원 덕분에 특정 휴대폰 다단계 판매업체는 6개월 만에 1476억원어치 휴대폰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IFCI의 방문판매법 위반행위에 대한 건` 의결서에 따르면 IFCI는 회원을 총 8단계(회원, 브론즈, 골드FC, 루비FC, 사파이어FC, 에머랄드FC, 다이아몬드FC, 크라운FC)로 구분, 후원 수당을 차등 지급한다.
공정위는 IFCI가 최하위 직급인 `일반회원`에게는 후원수당을 주지 않고 `브론즈` 직급 이상에게만 지급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브론즈 직급 이상부터를 법상 다단계 판매원으로 판단했다. 브론즈 직급으로 올라가려면 본인 매출이 발생해야 하는데 대다수가 판매가 아닌 본인 구매로 매출을 올렸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브론즈 직급으로 올라간 회원은 총 7만4347명이다. 이 가운데 본인 구매로 브론즈가 된 회원이 5만9496명으로 80%를 차지했다. 후원수당을 받는 브론즈가 되기 위해 대다수 회원은 휴대폰을 스스로 구매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같은 기간(2014년 12월~2015년 5월) IFCI 일반회원 총 7만4347명은 등록 조건 충족을 위해 총 1476억4500만원어치의 LG유플러스 휴대폰을 구매하거나 판매해 브론즈로 승급, 다단계 판매원 자격을 취득했다. 1인당 평균 198만5000원을 구매하거나 판매한 셈이다.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업체는 판매원이 되려는 자에게 연간 5만원 넘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 IFCI는 브론즈 자격 기준을 `본인명의 매출 발생`으로 정했다. 규정상으로는 1원만 매출을 올려도 브론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IFCI가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최저가격은 월 1만9000원이다. 연간 합계 금액으로는 22만8000원이다. 공정위 제시 기준의 4배 넘는 돈을 들여야 판매원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IFCI는 법상 일반회원이 후원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다단계 판매원(브론즈 직급 이상)으로 승급하기 위한 조건으로 `본인이 직접 구매하거나 타인에게 판매함으로써 본인 명의의 매출을 발생시킬 것`을 제시했다”면서 “다단계 판매원이 되려는 자에게 등록 조건으로 연간 5만원을 초과하는 재화 등의 구입을 부담시킨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달 방판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다른 휴대폰 다단계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NEXT는 일반회원에서 브론즈로 올라가기 위한 조건으로 1만~20만 미만 PV(Point Value, 다른 판매원 거래 실적 등에 따라 받음) 목표를 설정했다. 2015년 4~6월 브론즈 취득자 1901명 가운데 1321명(69%)이 `본인 구매`로 조사됐다. 아이솔루션즈는 일반회원에서 WD 직급으로 올라가기 위해 1만~45만 미만의 PV를 달성해야 한다. 2015년 4~6월 기간에 WD 직급이 된 880명 가운데 `본인 구매`는 632명(71%)이었다.
공정위는 다단계 업체가 판매 활동 없이 구매만 하는 `자가 소비형 판매원`을 늘리고 있는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최근에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한 가운데 연내에 결과를 도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IFCI 브론즈 직급 승급 관련 매출 현황(자료:공정거래위원회, IF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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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