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공공조달시장과 클라우드 확산

Photo Image
정양호 조달청장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클라우드`가 대세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연산 처리를 가능하게 해 주는 클라우드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기자동차, 드론 등 신제조업도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통제할 수 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클라우드를 통해 중국에 방영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활용됐다.

클라우드 산업은 세계적으로 연간 17%씩 성장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2010년대부터 클라우드 활성화 정책에 우선 순위를 뒀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주요 기업도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자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하면 사용자는 다른 서비스로 쉽게 전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국내 기업도 해외 기업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발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ICT 강국이라는 명성에도 클라우드 도입과 이용이 더딘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제정된 클라우드컴퓨팅법을 계기로 클라우드 활성화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 부문이 클라우드 도입을 선도하고 이를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기관 간 협업으로 클라우드 이용률을 앞으로 3년 안에 10배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110조원 규모의 공공조달 시장은 클라우드산업 육성의 메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연간 55조원의 구매력을 조달청이 갖고 있다. 조달청이 공공조달 시장을 통해 클라우드 산업이 성장해 나갈 방안을 고심하는 이유다. 공공 부문이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혁신 기업이 맘껏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클라우드는 일반 물품이나 용역의 조달 방식과 다소 차이가 있다. 시범계약 등을 통해 조달 절차와 계약 방식의 최적 조합을 찾아야 한다. 올 하반기에는 미래부의 클라우드 스토어와 조달청의 나라장터 쇼핑몰 연계 활성화를 추진한다. 제도도 추가 정비된다.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의 기술 선도형 신제품에 대한 시험무대(Test bed)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다.

품질 및 보안인증제도, 공공기관 이용지침 등 제도의 기반이 뒤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혁신 상품이 공공 부문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이용이 조기 정착되도록 일정 기간 조달수수료를 깎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클라우드 도입 시 가장 큰 걸림돌은 도입 과정이 복잡하다고 인식하거나 보안을 막연하게 우려하는 데서 비롯된다. 얼마 전 기업 간담회에서도 클라우드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수요자인 공공기관에서는 클라우드를 기존의 ICT 운영 방식과 연계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 아닌 새로운 대체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를 꺼냈다.

조달청은 이러한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도록 클라우드를 선제 도입하는 기관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공공조달 시장을 통한 클라우드산업 육성은 국내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도록 유도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도록 터널을 만들어 주는 것이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 성장산업 제품을 앞장서서 구매, 조달기업이 신산업 분야의 `트랙 레코드`를 쌓는데 유용한 환경을 조성하도록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정양호 조달청장 yhchung@korea.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