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까지 모든 미국 가구가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
사실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하이테크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초고속인터넷 등 미국을 세계 최고 하이테크 국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힐러리는 덴버에 있는 창업허브기지 `갤버나이즈(Galvanize)`를 방문, 하이테크 공약을 공개했다. 15쪽 분량 민주당 하이테크 공약은 `기술과 혁신(테크놀로지&혁신)`이란 주제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좋은 일자리 창출 △모든 미국 가구에 초고속(광대역) 인터넷 보급 △하이테크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세계적 리더십 유지 및 강화 △규제 완화 등 혁신 촉진 △신기술을 사용해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정부 구현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공약을 보면 민주당은 오는 2020년까지 미국 가구 100%가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게 할 방침이다. 현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진보한 안이다.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오바마는 미국 학교 99%를 2018년까지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저소득 가구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힐러리는 미국 가구 100%와 사업장에 초고속인터넷을 연결하겠다고 공약에 담았다.
힐러리는 “우리 할아버지 세대에 전기가 들어온 것 같은 것을 우리 세대에 해주고 싶다”면서 “가능한 빨리 미국 내 모든 가구와 사업장을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 등 혁신을 촉진할 최고혁신자문관도 둔다. 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젊은층 창업도 촉진한다. 이를 위해 창업자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경우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생때 진 빚을 3년 간 연기하거나 최대 1만7500달러를 면제해주는 것을 추진한다.
힐러리는 “창업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이들이 손쉽게 창업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터과학과 미국식 IT 및 과학 융합교육인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분야 투자도 강화한다. 공약에 따르면 오는 2020년 미국에 컴퓨터 관련 일자리가 140만개 존재한다. 하지만 컴퓨터과학 졸업자는 40만명 밖에 안된다. 이 분야 전공자가 100만명이나 부족한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는 재임 중 5만명의 컴퓨터과학 전공자를 훈련, 배출할 계획이다.
공항과 기차정류장 같은 공공시설에 무료 와이파이 초고속 인터넷도 설치한다. 특허 시스템도 개선하고 디지털(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해 전담자를 둔다. 얼마 전 애플과 FBI가 고객 정보 공개를 놓고 충돌한 적이 있는데 공권력이 민간 정보 공개에 어느 정도 간여해야하는 지를 연구할 위원회도 신설한다.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신기술을 연구할 연방 펀드도 신설한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지지해온 인터넷망 사업자의 망 중립 정책은 계속해 추진한다. 주파수 정책 등을 통해 4세대(G)에 이어 5세대 통신망도 미국이 주도하는데 앞장선다. 힐러리의 이런 청사진은 하이테크 공약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관심이 적은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와 대조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하이테크 업계는 힐러리 공약을 반겼다.
린다 무어 테크넷 CEO는 “하이테크 기술과 혁신에 대해 어젠다를 제시한 것은 대통령 후보 중 힐러리가 처음”이라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하이테크 분야 공약 내용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