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행하고 있는 저희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을 누가 가장 많이 시청할까요?”
얼마 전 장동준 아프리카TV 상무를 초청해 특강을 부탁했다. 그때 장 상무가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내 수업에 들어온 학생은 과제물에 쫓겨 TV 드라마조차 제대로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누가 먹방을 볼까 궁금했다. 나는 먹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항상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 장 상무는 “혼자 사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한국에 늘어나는 `나홀로족`이 `혼밥(혼자 밥 먹는 행위)`할 때 주로 본다는 것이다. 혼밥족은 밥 먹을 때 아프리카TV를 틀어 놓고 BJ와 같이 식사하는 듯한 느낌으로 본다고 했다. 혼밥은 이미 추세다. 지난해 학생 300명 대상으로 한 동대신문 조사에 따르면 무려 63% 학생이 혼자 밥을 먹는다고 응답했다. 1995년 도쿄대에 유학 갔을 때 `각쇼쿠(학교 식당)`에서 보았던 혼밥족 충격이 떠올랐다. 야쓰다 강당 지하에 자리 잡은 드넓은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도쿄대생이 20년 전 나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학생 혼밥을 넘어 노인 혼밥이 문제가 된다. 2014년 9월 일본 공영 방송 NHK 다큐멘터리는 일본 열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노인표류사회, 노후파산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암울한 일본 미래를 생생하게 그렸다. 여기에 등장한 83세 독거노인 기쿠이케 유키꼬씨는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합니다. 지금 소원이 있다면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 한 그릇 먹는 것입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실현될 수 없겠지요”라고 말한다.
가와이 가쯔요시 메이지학원대학 교수 연구에 따르면 도쿄도 미나토구 독거노인 중 33.4%는 설날 연휴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일본 편의점에서 설날에 먹는 1인용 `오세치 요리`가 인기 메뉴가 된 지 오래다.
우리 사정도 마찬가지로 흘러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독거노인 수는 현재 138만명이다. 2005년 78만명보다 1.8배 늘었다. 독거노인 수는 2035년 343만명으로 지금보다 2.5배 이상 증가한다고 예측됐다. 노인 4명 중 1명은 혼밥족이 된다. 혼자 사는 노인은 혼자 밥 먹고,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하게 되면 거의 24시간 방에서 `감옥생활`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독한 개인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인터넷방송이나 게임이다. 지상파 방송은 시청자를 철저하게 대상화한다. 반면 게임이나 인터넷방송은 상호작용한다. 홀로 사는 노인이 아침에 TV, 스마트폰으로 가상현실(VR) 게임이나 인터넷방송에 접속했을 때 상대방이 “아침 식사 하셨나요”라고 물어준다고 상상해 보라.
한국 사회 개인은 고독해진다. 청년층은 취업준비, 장년층은 일자리 유지에 바쁘다. 노인은 가족이 해체되면서 고립된다. 고독한 상황을 극복할 대안이 게임이나 인터넷방송이 될 수 있다. 게임이나 인터넷방송이 중독이나 음란물이라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인간의 절망적 고독을 치유하는 `백조`로 변신이 가능할까.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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