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허가 미끼 기부채납 제발...전경련, "불합리한 관행, 예측 가능하게 개선해야"

불합리한 기부채납 관행을 사업자가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8일 최근 개발사업에 따른 지자체의 불합리한 요구가 많다며, 부담수준 상한 설정,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 금지 등 불합리한 기부채납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법령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토계획법은 지자체가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 조건으로 사업자에게 기반시설의 설치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옛 한국전력 부지를 사들인 현대차그룹은 1조7000억원 규모의 기부채납(공공기여금)을 통해 해당 부지 일대 교통·문화·환경조성에 투자한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가 개발사업 관련 사업자에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민선 지자체장의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공연장 등 사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인·허가 이후에도 허가내용 변경, 건축허가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추가적으로 기부채납을 요구한다는 것이 전경련 측 주장이다.

전경련은 지자체의 자의적 기부채납 요구로 사업자가 개발사업 과정에서 언제 얼마만큼의 부담을 지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지자체 내 여러 부서가 산발적으로 기부채납을 요구하거나, 주민이 반대하는 기부채납을 추진하다 실패하자 대체공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 경험이 부족한 지자체일수록 기부채납 행정을 임의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추가적 기부채납에 대비해 매번 공사비 일부를 예비비로 설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개발사업별 기부채납 상한과 기반시설별 상세 부담기준을 마련해 사업자들이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부채납은 개발사업 주변지역의 필수시설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해 사업자에게 해당 시설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전경련은 타지역 기부채납, 필수시설이 아닌 주민협의회 대상 기부, 체육관이나 공연장은 무리한 요구이며, 사업과 무관한 기부채납을 금지하도록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부채납 과정이 임의로 이뤄지면서 지자체, 기업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까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고양시는 요진건설이 업무시설과 학교 등 기부채납 문제에 대한 약속을 제대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입주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현대차그룹이 사들인 옛 한국 전력부지도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계획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전경련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사업자들은 인·허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융부담이 높아지고 이익 회수가 늦어지므로 불합리하더라도 지자체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 없는 가이드라인 대신에 협상에 의한 기부채납을 시스템에 의한 기부채납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제도 개선방안(요약)>

기부채납 제도 개선방안(요약)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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