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방향]구조조정·브렉시트에 추경 결정…결국 또 `돈 풀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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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확정했다. 3월까지만 해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기재부 실무선도 최근까지 법적 편성 요건 충족 여부 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 최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추경이라는 고육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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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효성이다. 단기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 경제에 악재가 워낙 많아 제대로 `약발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경기 부양 처방은 결국 `돈 풀기`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2년 연속으로 10조원대 추경을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침체된 경기에 브렉시트가 결정타…추경 또 편성

정부는 최근에서야 추경 편성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종전까지는 추경 편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고, 효과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투자 위축과 대량 실업 등 문제가 가시화됐고, 시장 예상과 달리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며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3월 들어 생산·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책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 부진 영향이 투자 위축 등으로 파급되면서 민간 활력은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고용 상황도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민간 부문의 활력 부족, 구조조정 영향 등으로 일자리 창출 여력이 약화돼 취업자 증가폭이 2개월 연속 20만명대로 둔화했다. 수출 부진 장기화로 제조업 신규 채용이 줄고 있고, 청년층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리스크가 커진 게 추경 편성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브렉시트 등 대외 여건 악화, 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 사업을 중심으로 추경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영국 대상의 무역·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크지 않아 직접 영향은 제한되지만 단기로는 금융 경로를 통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 고조 등으로 외환·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펀더멘탈(경제기초), 대외 건전성 등 대응 여력은 양호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일자리 확충 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추경 예산을 편성한다. 특히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 지역경제 위축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세부 재원 배분 방향 등은 추후 추경 예산안 편성 시 결정한다.

여야 모두 추경에 대체로 긍정적인 모습이어서 국회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속도`다.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 사실상 내년도 예산 편성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정부는 “추경은 집행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면서 “예산안이 국회에서 빠르게 통과돼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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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돈 풀기`…실효성·재정건전성 문제 여전

법적 추경 편성 요건은 대체로 엄격하다. 국가재정법상 추경은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경제 협력 등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편성할 수 있다. 추경은 계획에 없던 세금을 대량으로 쓰는 것이고, 결국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례 상황에서만 편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추경 편성은 결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에 따른 경기 침체를 이유로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올해까지 사상 첫 2년 연속 10조원대 추경 편성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10년 동안 총 여섯 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2년에 한 번 이상 추경을 편성한 셈이다. 올해 정부가 내놓은 추경 규모를 포함하면 10년 동안의 추경으로만 74조1000억원을 쓰게 된다. 정부가 1년 동안 쓰는 총예산의 5%에 이르는 규모다.

추경 편성이 잦아지면서 정부 경기부양 정책이 결국 `돈 풀기`밖에 없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확대는 필연으로 국민 세금 부담 가중,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수반한다. 이와 더불어 추경이 실제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나타낼지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초과 세수로 이번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로 이용한 국채 발행이 이번에는 없다는 설명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남은 세금과 올해 초과 세수로 추경 재원을 마련한다. 정부는 지난해 4년 만에 세수 결손에서 탈출하며 2조8000억원의 세계잉여금 흑자를 냈다. 그 가운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상환 등에 쓰고 남는 1조2000억원을 추경 재원으로 쓴다. 올해 초과 세수가 9조원 수준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세금이 정부 기대만큼 걷힐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초과 세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6월까지 진도율 등을 고려해 추산할 것”이라면서 “무리한 예상으로 세수 결손이 나는 사태는 당연히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경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추경을 포함해 20조원 이상 재정 보강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세부 재원 사용 내역을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추경 규모가 `모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조정, 브렉시트 등 악재가 겹친 만큼 재정 투입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계획을 발표하기 이전에 시장은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을 예상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서 국채 발행을 하지 않으려다 추경 규모가 작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국장은 “브렉시트가 하반기에 발생할 상당한 하방 위험 요인임을 고려, 추경 여부와 규모를 결정했다”면서 “마지막 추계 작업을 거치면 약간의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10조원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