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근로자가 서로 합의해 일하는 시간과 공간을 유연하게 바꾸는 `유연근무제`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일하는 장소나 시간과 상관없이 성과에 따라 근로 시간을 인정해주는 재량근무제나 탄력근무제, 가사와 육아 등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재택근무제 등이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자율적 운영방식과 함께 인사평가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27일 300개사(도입 150개사, 검토중 150개사) 대상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실태`를 조사한 결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10곳 중 9곳(92.8%)가 제도시행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근로자 만족도가 높아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96.7%, `직무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96.0%에 달했다. 기업도 `생산성 향상`(92.0%), `이직률 감소`(92.0%), `우수인재 확보`(87.3%)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존슨콘트롤즈오토모티브코리아 본사는 미국 밀워키에 본사를 둔 세계적 기업이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으로서 북미나 유럽 등 해외법인과 전화회의 등 밤늦게나 새벽에도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회사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근무시간대를 조정해 1일 연속 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업무 시간을 조정했다. 사무실 내 팀별 공간에 일주일 단위의 탄력근무 현황판을 설치하고, 각 팀원의 근무시간 표시했다. 팀 매니저에게 주간 단위로 보고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단 탄력근무제를 별도 문서상 승인 절차와 기간에 대한 제약이 없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해 자율성과 자발성을 높였다.
KTcs는 재택근무로 총 521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1년 컨택업계 최초로 도입된 재택근무는 타 기관의 벤치마킹사례로 활용될 정도로 자리잡았다. 시간선택제로 전환해 일하는 직원도 591명에 이른다.
KTcs도 유연근무제 도입의 장애물도 있었다. 재택근무에 필요한 인터넷이나 사무공간이 부족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업무손실 발생재택전담팀 신설 및 복무관리시스템(SMILE) 개발했다. 또 유연근무 전환에 대한 신청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정원 내 자율 운영 방침을 마련했다.
고객불만이나 현장 건의사항 및 애로사항을 CEO에게 직접 전달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운영을 통해 유연근무제가 기업문화로 자리잡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여성근로자 근속기간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업무 품질도 나아져 컨택센터 재계약건도 증가했다.
반면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업무방식 개선과 객관적 업무평가시스템이 부족해 실패한 경우도 있다. 실제 한 중견기업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얼마못가 사문화됐다. 상사눈치보기, 다른 직원들의 불만, 낮은 인사평가 우려로 사용하는 직원이 없어서다.
해당 기업 직원은 “인사권을 가진 부서장 스케줄에 따라 업무가 진행되는 문화가 여전하고, 자기 일을 다른 직원이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활용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김인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저성장에 대응하려면 출산친화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은 기업문화 선진화 및 유연근무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정부는 제도도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