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所信)`. 본인이 굳게 믿거나 생각하고 있는 바.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지만 다양성 못지않게 소신의 중요성도 커진다.
특히 국민 생활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 입안자나 국회의원에게 소신은 필수 덕목이다. 늘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부화뇌동`이나 `복지부동`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소신 부족으로 비판을 받은 대표 사례가 지난 국회의 700㎒ 논쟁이다. 통신과 방송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지방파 방송사를 일방으로 옹호했다. 월권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래창조과학부의 고유 권한인 주파수 분배에 간여했다.
결국 황금주파수로 불리던 700㎒는 누더기가 됐다. 그 과정에서 미방위원 누구에게도 소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파수 관련 전문성이 있고 없고는 두 번째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방송사 편을 든 것은 방송의 영향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소신 없는 행동이 빚은 결과다.
28일 20대 미방위가 첫 회의를 연다. 법안 논의는 8월께 시작하지만 벌써부터 전기통신사업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통합방송법 등 여러 쟁점이 부각됐다. 일부 의원은 지난달 말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지원금 상한제 폐지, 분리공시 등 단통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의욕이 넘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확고한 소신 없이 `때가 됐으니` `뭔가 보여 줘야 하기 때문에` 내놓는 정책은 곤란하다. 가뜩이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에 우려가 커지는 20대 미방위에서는 이를 더 경계해야 한다.
지원금 상한선을 폐지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약금 폭탄 등 부작용 검토가 필요하다. 통신 기본료가 폐지되면 이통사가 다른 방식으로 통신비를 올리지 않을까를 살펴야 한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분리 공시를 발의하기 전에 과연 단말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면밀한 검토, 이를 기반으로 한 소신 있는 행동이 20대 미방위에 요구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