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끌어온 영남권 신공항 건설…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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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토교통부 청사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용역보고회에서 손명수 국토부 공항항행정책관,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용역책임자(왼쪽부터)가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1992년 부산 도시기본계획에 김해공항 대안으로 신공항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시작된 영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안이 `대안`이 아닌 `확장`으로 결론을 맺었다. 사실상 김해 신공항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김해공항 확장은 단순한 보강이 아니라고 한 것을 보면 김해 신공항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활주로와 터미널·관제탑을 새로 짓고 새로운 연결 철도가 건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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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용역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영남권 신공항 추진은 `영남권 5개 지자체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영남권 신공항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물음표에서 시작됐다. 그런 의미에서 김해 신공항은 영남권 관문공항 내지는 거점공항 성격을 지닌다.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를 수행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2046년 영남권 신공항은 수요를 연간 4000만명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2800만명은 국제선 항공, 나머지 1200만명은 국내선 수요다. 화물 수요는 연간 36만톤으로 예상했다. 신공항은 장기적으로 수송능력을 감당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돼야 한다. 또 이 지역에 있는 공항 역량을 더욱 확장시키거나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렸다.

ADPi는 영남권 신공항 선정은 35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시작돼 수요지로부터 거리·지형·도시화 정도를 기준으로 25개 후보지로 추렸다. 25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치러진 1단계 검증에서 장애물이 너무 많은 지역은 걸러져 8개 후보지로 압축됐다. 이후 8개 후보지를 남부 도서지역과 낙동강 유역, 중부지역 세 가지 지리적 후보군으로 나눴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용역책임자는 “이 세 후보군을 대상으로 소음정도, 비용, 접근성을 기준으로 해 최종 검증단계를 거처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김해공항 확장 세 가지 안으로 다시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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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용역책임자가 영남권 신공항 선정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APDi는 후보지가 선정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법·정치적 후폭풍도 고려했다. 의사결정 과정이나 기술적 문제, 단계적 프로젝트 수행 가능 여부 등도 고려했다. 이를 위해 세계 공항 건설 프로젝트 가운데 비슷한 규모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2011년 영남권 신공항 관련 연구결과도 검토했다.

신공항 결정에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A시나리오는 전략적 요소, 그 가운데서도 접근가능성에 가중치를 뒀다. B시나리오는 소음 관련 부분, 그리고 환경보호 관련 생태적 요소에 가중치를 줬다. C시나리오는 비용과 프로젝트 완료 가능성, 실현가능성에 높은 가중치를 뒀다. 평가 결과에도 각각 가중치를 적용했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 김해 확장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음으로 밀양에 두 개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안, 그 다음이 밀양에 하나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안이었다. 가덕도에 하나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안과 활주로 두 개를 건설하는 안이 뒤를 이었다.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용역책임자는 “최종적으로 가덕도는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건설 자체도 어려워 자연적인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토 남쪽 끝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밀양은 가덕도보다는 전통적 의미에서 신공항 입지로 적합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지형적 문제로 접근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현재 제기되는 안전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과 접근성을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기존 시설을 확장하면 새로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장 마리 슈발리에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90% 신공항이라고 할 수 있다”며 “활주로와 터미널, 관제탑을 새로 짓고 새로운 연결 철도가 건설되고 일부 국내선 트래픽은 기존 공항시설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 신공항에 활주로 하나와 여객터미널이 새로 만들어지고 관제탑 등 항행에 필요한 시설이 새로 들어서면 면적이 현재 197만㎡에서 270만㎡로 확대된다. 인천국제공항(660만㎡)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국제 여객터미널과 국내 여객터미널 등 터미덜 두개 동을 갖게 되고 활주로도 세 개(하나는 군이 운영)를 운영하게 된다. 연간 수요로 잡은 4000만명도 인천공항(약 5000만명)에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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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신공항 완성 시기는 행정절차에서부터 공사기간까지 포함해 10년 후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에 예비 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내년에 공항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1년께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예타나 기본계획, 설계 등 여러 가지 절차를 추진해 최종 완성되는 시기는 지금부터 10년 후로 봐야 한다”며 “2026년께에는 공항이 개항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방침을 놓고 정치권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중립적인 현명한 결정이란 긍정적인 평가와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이 교차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비교적 중립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부가 이것저것 다 고려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대승적으로 우리는 수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도록 프랑스 업체에 용역을 의뢰했고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론을 도출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려운 결정을 우리가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정치권에서도 해야 한다”면서 “정치 지도자들과 시도 지사들의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 해당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데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이라며 “무엇보다 무안, 양양, 김제, 울진공항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소모적인 지역갈등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제대로 된 김해공항 확장과 접근성 보강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고 의사를 밝혔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북 밀양 주민 및 부산 경남 주민 여러분의 상실감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해서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 무능한 정부는 이제라도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갈등을 치유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발표와 관련, “정치적 선동으로 심각한 사회분열을 초래한 정부·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또 “표에만 눈이 먼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행태 때문에 지역민심이 갈가리 찢겨지는 등 국민들이 치러야 했던 비용과 사회적 부작용이 너무 크다”면서 “국민의당은 신공항 용역 과정 및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 용역 결과에 대해 추후 국회와 당 차원에서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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